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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 전쟁[완도 시론] 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완도신문 | 승인 2019.03.12 10:05
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극우세력의 5·18 민주항쟁 폄훼가 금도를 벗어났다. 5·18은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잠입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라는 것이다. 극우세력은 5·18 유공자의 명단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제1야당 국회의원 3명은 극우세력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위해 국회에 멍석을 깔아 주기까지 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 모독 사건이다.  

지만원씨 등이 북한군 잠입설을 주장한지는 꽤 오래됐다. 최근 들어 이 문제가 증폭된 이유는 정치세력의 정통성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수세력의 정신적 지주는 박정희였다. 개발독재를 그리워하는 세력에게 교주와도 같았던 그의 영향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됐다. 아버지 후광으로 딸이 대통령이 된 것은 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등불 같았다. 딸의 탄핵은 아버지의 영향력 소멸에 결정타를 날렸다.

집단은 크던 작던 구심점이 있어야 존속할 수 있다. 정권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말할 것도 없다. 진보정치 쪽의 정신적 지주는 김대중, 노무현이다. 현 대통령은 많든 적든 노무현 전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보수세력은 자신들이 뽑은 두 대통령을 감옥에 두고 있다. 그들에게는 정통성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이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를 물리치고 집권했을 때, 보수세력이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려 한 것도 영향력이 약화된 박정희 대신 새로운 정통성 찾기였다고 할 수 있다. 청산대상인 친일세력과 손잡은 그의 과오 때문에 이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보수세력의 정통성 상실 위기는 최근 남북·북미화해 분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 북미평화협상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시위하는 세력에게 정체성에 큰 혼란을 주었다. 초조함의 발로인지,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전두환까지 소환했다. 문제의 국회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지만원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이번 국회모독 사건을 주도한 자유한국당 의원 3인방 중 하나인 김진태가 이 사건 이전부터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적극 비호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작년 전두환 경호인력을 철수시키겠다는 경찰을 비난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거짓 회고록을 써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뒤 골프를 즐기면서도 법원출석을 거부하는 전두환에 대한 법원의 구인결정을 두고 “법도 없고 염치도 없는” 행위라고 힐난했다.

5·18 항쟁을 부정하는 것은 항쟁으로 지키고자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것은 또한 대한민국 역사의 부정이다. 극우세력이 백주대낮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꼴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진보진영은 이번 사건 관여자들을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3인방을 국회에서 내쫓고, 지만원 등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적당히 넘어갔다가는, 세력을 키운 극우세력으로부터 더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다. 민주·진보세력이 군부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5·18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해방 후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지금까지도 나라의 역사관·국가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것 아닌가. 일본의 극우세력은 언제든지 정한론(征韓論)을 다시 꺼내들 수 있다.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편입시킨 중국도 유사시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우리는 늘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관·국가관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다. 5.18을 부정하는 세력들과의 싸움에서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도 이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5% 내외의 표를 의식하여 극우세력을 내치지 않는다면, 국민적인 정당해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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