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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리 넘어 봄길이 보이네

[완도의 자생식물] 84. 애기나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3.12 13:38
  • 수정 2019.03.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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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리 넘어 산길이 보이네. 산새 소리 너머 고운 봄볕을 담는 봄 산이 왔네. 봄 이슬에 고개 숙인 애기나리꽃 옆에서 가장 깨끗한 얼굴로 이제 연잎에 봄비가 되어도 좋네. 봄을 가득 채운 들판에서 자운영 꽃을 보면 시계 풀 푸른 눈망울에서 봄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싶어진다.

산에는 애기나리의 새싹을 돋는 그런 부드러운 산길을 걷다가 물푸레나무 아래 연못에서 풀 냄새 나는 하늘을 보고 싶다. 아직은 봄 강물은 노래하지 않으나 곧 얼음장 밑에서 올라오는 버들개지에서 따뜻한 마음이 피어오르겠지. 지금은 큰 개불알꽃과 광대나물 그리고 냉이는 지금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꽃이 간간이 피어 있다.

이른 봄에 피는 꽃 중에서 첫 막을 올린 녀석은 노루귀이다. 이 꽃은 어느 날 갑자기 꽃대를 올려놓고 가슴을 설레게 하여 연보랏빛 그리운 숲속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4월이 오면 양지꽃, 산자고, 봄꽃들이 앞을 다투면서 피어댄다.

이들 중에 애기나리꽃은 야트막하게 군락을 이루며 너도나도 꽃이 되어 있다. 산길에서 아주 온유한 야생초를 만나러 가는 이들에게는 부드러운 마음을 만질 수 있다. 온갖 향기를 품고 자기 갈 길이 있다는 걸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 생명 가운데서 나도 세상의 작은 존재가 되어 있다는 걸 하늘을 우러러 감사하고 싶어진다.

애기나리꽃은 둥굴레와 꽃 피는 시기가 같아서 둥굴레로 착각하기 쉽다. 둥굴레는 잎 겨드랑에서 줄줄이 꽃이 피고 애기나리는 키가 작고 잎끝에서 한두 송씩 피어 있다. 애기나리는 뿌리줄기가 길게 옆으로 뻗으며 대개 무리 지어 자란다. 줄기는 15~30cm 정도로 곧게 자라며 가지는 간혹 갈라지기도 한다. 산의 그늘진 숲 속에서 자라는 다년생초본이다.

산에서 피는 나리꽃은 애기나리가 제일 먼저 피고 뻐꾹나리, 솔나리, 하늘말나리, 털중나리꽃은 한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봄 산을 넘으면 강물은 따뜻한 대지의 기운으로 넘실거린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도 긴 강물에 풀어 놓은 뜨거운 정이 있어 해 넘어 등불은 외롭지 않다. 해마다 봄이 오면 생태적으로 변함이 없다. 이들은 매년 평균을 이루는 데에는 땅속뿌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뿌리를 만들어 낸다. 땅은 기회를 균등하게 열어놓는다. 당연히 새 뿌리는 자유롭게 뻗어간다.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공평한 마음일 것이다. 각 생리는 공리를 담아야 할 것이고 큰 사회일수록 따뜻한 마음을 담아야 할 것이다. 함께 모여 핀 애기나리는 멀리서 보아도 한 꽃이요 가깝게 보아도 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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