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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서야 할 의무

[3.1운동 100주년 특별기고] 김지민 / 수필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3.15 09:32
  • 수정 2019.03.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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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마주하기에는 참담했던 여기,그럼에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 위에 서야만 하고 끊임없이 기억의 줄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 서면 알 수 있다.

지독한 역사가 있다.
지독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어디까지 잔악할 수 있는 지를 사람이 견딘다는 글자를 마주한다면 그 경계가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하게 했던 장소이다.
지독한 새김이 있어야 하는 이 곳.

조금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한다면,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을 조금은 덜어 내려는 생각이 특별했던 3.1일이 한세기가 흐른 오늘에서야 서대문형무소란 공간으로 나를 데려갔다.
충분히 난 제대로 이 곳의 지독한 역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건, 자만이었다.

그 곳에 들어가 한발한발 움직일 때마다 양쪽 어깨에 한개한개 올라가는 붉은 벽돌같은 역사, 그리고 심장이 묵직하게 내려 앉는 감정은...

빛 하나 빠져 나갈 틈도 내어 주지 않았을 것 같은 누군가들의 살벌하고 치밀한 감시, 그리고 공포가 느껴진다.

뿐이겠는가!
일백년이 흐르고 나서 이곳에 서 있을 뿐인데도 이러한데 그곳에 실존했던 선혈들의 심정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다만 견디고 버텨내려 했던 그분들의 의지 만큼은 짐작이 된다.
내가 본 오늘로도 감히 만행이란 단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이곳에 동화는 될 수 있고 지독한 통증을 심장이 느끼는 것 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체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먹먹함들이 심장을 후벼판다.
덜어내려는 선혈들의 희생에 대한 부채의식은 현장을 보고 더 묵직하게 남았다.
잊지않고 역사를 기억하는 것만이 나의 그리고 우리들의 남겨진 몫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2019의 봄이 그렇게 왔다.
 

김지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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