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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정기를 살리는 길

[완도 시론] 김남철 / 완도고등학교 역사교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3.15 09:40
  • 수정 2019.03.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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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 / 완도고 역사교사

바야흐로 올해는 역사적인 해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100주년 기념으로 기념사업회를 구성하고 “함께 만든 100년,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전국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었다. 광화문에서 열린 중앙 기념식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그동안의 외면 받았던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여 훈장을 추서하여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재평가하였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3·1운동 만세 시위를 재현하는 거리 행진을 하고, 새롭게 읽는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쉽게 연이어서 낭독하거나 필사 챌린지 활동이 전개되었다.

늦게나마 3·1운동의 정명 운동이 전개되고, 3·1혁명으로 부르자는 청원 운동이 전개되는 등 3·1운동의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언론에서 3·1운동에 참여한 33인의 민족 대표자들의 삶과 활동이 조명되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강조하며 일본의 침략과 강점에 남녀노소가 함께 한 거족적인 독립운동이었음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3·1운동은 이후 독립 운동의 주체가 바뀌고, 조직적 체계적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어 역사적 전환점이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전근대적인 국가 조직에서 민주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니 혁명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적 재해석과 평가를 통해 역사 발전과 공화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지향했던 3·1운동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독립운동가들 후손의 삶은 궁핍하기 이를 데 없고, 또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잊혀지고 외면 받아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일 후손들은 사회의 기득권이 되어 온갖 특권을 누리고, 지금도 그들은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떵떵 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끊임없이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폄훼하거나 왜곡하고 있으며, 친일의 행적을 숨기거나 부정하면서 민족정기를 더럽히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나라 역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과 후손들을 살피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한다. 굴곡진 일제 강점기와 현대사를 거치면서 제대로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사이에 재빨리 변신에 성공한 친일파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기득권을 형성하여 그들의 권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정직하고 양심적인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친일파 청산’을 위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어 알리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그런 활동을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친일인명사전이 각 공공 기관에 배치되어 일반 시민들이 친일파의 행적과 활동을 알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또한 독립운동가들 중에서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기준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 인사들이 많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이었던 장석천, 이기홍 선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보훈처에서 사회주의 행적으로 독립운동가에 누락된 인사들의 평가를 통해 훈장을 추서하고, 독립운동가로의 평가를 한다는 소식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꼭 해결되어야 할 일이다. 독립과 민족 사랑은 이념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건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 바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학교 안에 있는 일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친일인사들이 작사, 작곡한 교가를 조사하고 새롭게 교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에서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으로 교가, 교명, 일제식 용어, 행사 등의 전반적인 친일 잔재의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학교의 기본적인 체제와 조직이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현재 상황에 맞게 민족정기를 살릴 수 있는 내용으로 조정되었으면 한다.

해방 이후 굴곡된 역사를 겪어온 우리 역사는 이제 정의롭고 자유로운 공화국을 위해서 아픈 과거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3만불 시대의 당당하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문화와 복지가 제대로 선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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