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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고 믿고 실천하는 것, 가능은 그 다음에 온다"

[리더스] 정남선 전) 완도농협 조합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4.28 13:23
  • 수정 2019.04.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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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선 / 전)완도농협 조합장

세계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무에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도 사람들의 여러 미래들이 한데 어울려 우리의 오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간들은 서로 협동함으로써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훨씬 쉽게 마련할 수 있으며, 단결된 힘에 의하여 사방에서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위험을 훨씬 더 쉽게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난 48년간 협동조합에 몸 담으면서 신뢰와 협력이란 협동조합의 가치를 믿고, 시련과 역경을 인내하며 협동조합의 가치를 빛나게 했던 사람. 지난 2월 농협중앙회 정례조회에서 자랑스러운 농협인상 시상식에서 농식품수출 1200만불로 농식품수출달성탑을 수상한 전 완도농협 정남선 조합장.

지난 14일 정남선 조합장의 퇴임식이 있었다. 이날 퇴임식장에서는 눈물을 흘리던 직원들도 여럿 보였는데, 그 만큼 정 전 조합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완도농협은 2007년 청해진농협과 합병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약산금일농협과 잇따라 합병해 조합원 7,000명 이상의 대규모 조합으로 재탄생했지만, 합병 초기에는 연체비율이 높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조합장이었던 정 전 조합장은 출자금 감자에 이어 한계사업장 폐쇄를 단행했고, 직원들은 감원이라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신지 지역은 배 감자, 군외지역은 딸기·방울토마토·마늘, 고금지역은 쌀·유자를 소득작목으로 적극 육성, 특산물 판매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났다고.

완도농협은 부실조합을 잇따라 합병한 이후 경영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정 전 조합장 취임 이후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하면서 경제 사업과 구매 사업, 판매 사업, 마트 사업이 높은 신장율을 기록하면서 신용사업 부문은 예수금 증가, 연체비율은 크게 감소시켰다고.

정 전 조합장은 1971년 고금농협 직원으로 첫발을 내딛었는데, 특별히 농협 직원으로 취직한 계기가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시 나이가 24살이었다고 했고 1년 6개월 동안 월급도 없어 "곧,  나야야지" 하면서 공제 대출 5만원으로 생활을 했다"고. 2년이 지나니까 월급 7천원을 처음 받았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농협은 지금의 농협 같지 않았으며,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젊은이로서 사명감이 생겨나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2009년 광역 합병으로 완도농협 조합장 취임한 정남선 전 조합장. 부실 경영진단을 받은 청해진농협이 고금농협에 흡수합병됐었는데, 당시의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왜? 없었겠냐?"면서 "조합 파산은 조합장의 잘못보다는 정부의 정책과 구조적인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개인 회생과 파산으로 돌리면서 이를 보전해주지 않고 협동조합에만 떠남기면서 그러한 부실이 협동조합의 전반적인 약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지역민들이 수협의 대출 한계치에 이르러 다시 농협으로, 농협에서도 한계에 이르면 다시 축협으로 이어지면 완도의 농수축협이 어려워졌다고.

“책임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을 위해선 가야만 했고,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다. 그 가능을 믿고 실천하는 것. 그러면 가능이라는 건, 반드시 그 다음에 생겨난다"

농협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 농협의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대안을 찾는 것”이라며 “예전과 똑같은 방식의 농협 운영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농협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고.

특히 완도농협은 채권관리팀을 운영, 부실채권 감축에 힘쓰면서 합병 초기 43%까지 치솟던 연체비율을 현저하게 낮췄다고. 직원들에게는 친절봉사를 강조했고 전 직원에게 직무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해 전문성을 높이면서 그 결과 업무 효율이 향상되고 사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직원들 간 결속력도 한층 강화됐다고.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김영록 현도지사의 도움 또한 컸다고 했다.
거의 매일, 농협중앙회와 국회, 중앙정부를 오가며 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려와 이를 계속해 연장해가며 퇴임할 당시 거의 갚았다고 했다. 이제 후임 조합장이 조금만 더 힘을 쓴다면 완도농협은 좋은 결과가 기대된단다.

이 같은 성과로 완도농협 농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농협중앙회로부터 총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총화상’은 전국 1,200여개 회원 농협을 대상으로 친절서비스 부문, 임직원 인화단결 부문, 사회봉사?농정활동부문, 임직원 직무능력부문, 협동조합 업적평가부문, 사무소 표창사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에 대한 엄정한 현지심사를 거쳐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하는 최고의 상이다. 재임기간, 대통령 산업포장 수여까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그와 인터뷰 도중, 느껴지는 건 번뜩이는 눈빛. 신념의 찬 그의 눈빛이었다. 
그 신념 속엔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 속에서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나게 만드는 열정이 숨쉬고 있었다.

이승애 / 완도농협 하나로마트 간이지점 지점장

눈물이란 슬픔과 기쁨을 눈이 말하는 말로써,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소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겐 눈물을 주라고 했다.

정남선 전 조합장의 퇴임식날, 문화예술의 전당을 찾았을 때 객석 뒤편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이 마치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흐르는 눈물은 수정처럼 순수해 보였다.

누가 이리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릴까? 딸이거니 했는데, 다음날 수소문을 해보니까 이승예 완도농협 하나로마트 간이지점 지점장(사진)이었다.

정 전 조합장의 인터뷰에 배석해 줄 것을 청했더니, 그 자리에 와서도 지난시간 완도농협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했던 일들이 떠오르는지 눈물이 반이다. 퇴임식날 그렇게 울고나서 집에 갔더니, 남편인 완도군청 주민복지과 박정록 복지정책팀장이 그랬단다.
“사람들이 조합장님 퇴임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네, 운 것만 말하대!”

정남선 전 조합장을 두고는 아버지같은 이라고 했다. 정 조합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그녀는 "완도농협은 우리 조합원님과 관계된 모든 것입니다. 정 조합장님의 시작은 그곳에서 시작됐고 그 사이에서 존재했으며 그 사랑 안에서 멈추신 분입니다" "조합원님 뿐만 아니라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신처럼 생각했던 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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