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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일미였던 동치미 국물

[에세이-별을 쫓는 소년] 김재광 / 농부 시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07 20:48
  • 수정 2019.05.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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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년 전 나주원예 시험장에서 유기농업 교육을 마치고 서울 가는 길에 한국유기농업협회 정진영 회장님과 상경하는 계기가 되었다. 밤늦게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가까운 곳에 여관을 찾아 여장을 풀고자 했는데 회장님이 집이 멀지 않으니 나와 함께 가서 하루저녁 같이 자고 일 보란다.

회장님의 호의가 감사하여 회장님 집으로 향했다. 사모님이 깔끔이 차려준 저녁상을 받고 식사를 하면서 맛깔 스럽게 담겨져 있는 동치미국물에 눈이 가 한 수저 떠서먹는 순간 아니 이것은 30년 전 우리 어머니가 담아 주던 동치미 국물이 아닌가!  나는 사모님에게 물어보았다 “이 동치미 담그는 방법을 어디서 배웠습니까?”  “사실은 저도 친정어머님께 전수받은 것입니다.”하였다. 정말 그 옛날이 생각나는 동치미 국물 맛이었다. 

저는 어릴 적 우리 지역에서는 농사가 끝나고 바다에 김발을 막아 재배하는데 낮에 건조 시킬 때 다하지 못한 일 밤늦게 끝내고 어머니가 담아 놓은 동치미 열무를 통째로 가져와 삶은 고구마와 함께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그 맛있던 입맛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항상 큰 독에 갖은 양념과 과일을 썰어 삼배 천에 싸서 독에 넣고 열무를 채워 동치미를 담아뒀다가 바람 불고 눈 비오는 날 궂은 날에는 찾아오는 이웃과 함께 따스한 정을 나누던 옛날이 정말 그립다. 이제는 농촌도 TV에 정신이 팔려 이웃과 함께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옛날 정취도 찾기 어려운데 서울도심 한 복판에서 사모님이 차려준 맛깔스런 동치미국물에서 정이 담뿍 담긴 옛날 향수에 젖어본 감회가 새롭다.

산삼이나 인삼, 녹용같은 보약을 먹고 그 부작용으로 큰 병을 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산삼이나 보약을 많이 먹으면 열독이 머리로 올라가서 열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눈이 충혈되고 밥맛이 없어지고 피부에 반점이나 멍울이 생기고 코피가 나거나 울화가 치미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 열독을 푸는데 가장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이 동치미 국물이다.

김치에는 우리 겨레 수천 년의 지혜가 집약되고 있다.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의약이다. 우리나라에는 200가지가 넘는 김치가 있고 모든 김치가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김치 중에서 약효가 제일 좋은 것으로 동치미와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치는 마치 여자와 같아서 잘 활용하면 현모양처가 되고 잘못 쓰면 마녀와 같이 변한다. 김치는 그 이치를 알고 제대로 담가서 먹으면 온갖 난치병을 고치는 약이 되지만, 잘못 담가서 먹으면 독약이 되어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 동치미 국물을 한 대접 들이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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