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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뒷절 백련암

[에세이-맑고 향기롭게] 도현스님 / 청산도 백련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19 10:46
  • 수정 2019.05.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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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백련암 대웅전 모습.

청산도 대봉산(379M)에는 사찰이 하나 있다. 대봉산은 청산도에 있는 이름 붙여진 6개의 산 중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며, 도청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능선 따라 이동하면 신흥리 해변 보리마당 고개로 내려오게 된다. 대봉산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청산도 동부지역이 있고, 북쪽에는 청산도의 유일한 상수원 저수지와 진산리 국화리와 지리 마을이 있다. 백련암은 대봉산 능선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7부 능선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백련암에서 내려다보는 들판이 동부라 불리는 곳이며, 세계최초 우리나라 최초로 유엔 산하기구 지하스에 세계 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구들장 논”이 펼쳐져 보인다.

동부 들판 너머 보적산, 애기 범바위, 매봉산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맑은 날에는 여서도. 제주도, 사수도. 추자도를 보적산 너머 볼 수 있으며, 배가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웅전 자리는 도솔천 내원궁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사계절 태풍이 불어도 체감하지 못하는 아늑한 도량 아래 경사진 곳에는 3백 여 년 된 동백나무 숲이 있다. 이 동백나무 숲을 통해 절에 올라오게 된다.

부흥리에서 태어나 평생 부흥리에서 살다 96세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일제 강제 합방시대에는 이 동백나무숲에 동부 지역 아이들이 모여 우리나라 말과 역사 등을 일본 사람들 몰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얘들아 동백나무숲에 놀러가자“하여 책가방 챙겨 동백나무 숲에 앉아서 선생님과 함께 40여명 아이들이 공부를 했다고 하니 동백나무숲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한 페이지를 품고 있기도 하다. 1800년대는 부흥리에 있는 사당 숭모사에서 공부하던 유림의 훈장들이 팔관회라는 계를 조직해 한 달에 한번 동부 뒷 절 백련암에 모여 시서화 풍류를 읊기도 했다. 백련암에 모여 여유를 즐기며 보았던 명품경치를 시로 읊어놓은 것이 “청산8경” 이다.

여러 사정으로 고향을 떠난 청산주민들이, 고향에 내려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아보는 곳, 숭모사 사당에서 공부하던 유림들이 올라와 명품경지 청산팔경을 시로 읊은 곳, 애닲은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품어주고 소원을 빌던 곳, 어린 청산 아이들이 동박새와 함께 우리글과 역사를 읊조리던 곳, 300년 청산도 주민들의 애잔한 삶을 가슴에 품고 있는 곳이 청산도 동부 뒷 절 백련암이다.

청산도에는 고려 말 혜일 스님에 의해 처음 절이 생겼고, 3번째 이사 한 곳이 지금의 동부 뒷 절 백련암이다. 도량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과 돌로 쌓은 축대, 흙으로 지어진 법당과 요사채등이  예전에 살았던 스님들의 산중 수행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비탈진 경사길 따라 고행의 수행살림 이어가던 옛 선배스님들의 자취가 헛되지 않기를 염원해 본다.
 

도현스님 / 청산도 백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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