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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상징하는 그 무엇

[완도 시론] 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5.20 08:20
  • 수정 2019.05.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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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 지난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지붕과 첨탑이 무너져 내리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말이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로 인해 대성당은 그 이름만 들어도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제 원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필자는 10년 전쯤 파리를 방문한 기회에 노트르담 성당을 구경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미 로마에서 베드로 성당을 구경한 데다 일정도 빠듯해서 피리에서는 에펠탑 말고는 주로 미술관을 둘러 보았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참 부러운 게 있다. 100년 전쟁, 30년 전쟁, 제1차·2차 세계대전 등 무수한 전쟁을 겪었으면서도 성당, 교회 건물 등 상당히 많은 문화재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전란으로 적지 않게 훼손됐겠지만 유지·보수를 잘한 탓인지 방문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곧 관광자원인 셈이다.

무너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에 각 나라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떠오른다. 프랑스의 에펠탑,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독일의 쾰른 대성당, 미국의 자유여신상,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의 만리장성 (아니면 자금성) 등등. 일본의 후지산처럼 문화유산 대신 자연유산이 상징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우리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10년 전 전소되어 복원된 숭례문(남대문)은 국보 1호로 두는 것이 옳은지 논란이 있을 정도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으로 치자면 숭례문 대신 한글 창제 원리와 용례를 적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보 1호가 돼야 마땅할 것이다. 혜례본 상주본에는 16세기 당시 주석도 달려 있어 한글 연구에 참으로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그러나 그 가치가 1조에 육박한다는 상주본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실물을 구경할 수도 없는 처지다.

해례본은 우리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것이지만, 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상징으로 내밀기에는 뭔가 좀 미흡하다. 시각적 효과가 상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한글과 같은 정신문화보다는 눈에 보이는 조형물이나 자연유산이 좋을 성싶다. 그럼 일본의 후지산처럼 백두산? 국토 분단이 장애요소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를 상징하는 그 무엇이 빨리 떠오르지 않는다. 오래된 절, 궁전과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적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예처럼 딱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할 품목은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현대 건축물들을 보면, 상당수가 예술성은 고사하고 싼 티가 물씬 풍긴다. 건축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죄다 성냥갑처럼 천편일률적이다. 그나마 겨우 40년 지났다고 재건축하느라 바쁘다. 지상 123층에 554미터나 된다는 롯데타워도 뭐 특별한 것이 없다. 수도 서울에서 외국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곳은 그나마 조상들이 지어놓은 한옥이 밀집해 있는 북촌·서촌이다. 관공서 건물도 한옥 형식인 청와대 말고는 전부 국적을 알 수 없는 싸구려 건물들뿐이다. 세종시 정부청사, 서초동 법원청사에 비하면 그나마 국회의사당은 양반에 속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맨날 쌈박질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건물도 그것을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싶다.

생각이 고향 완도로 이어진다. 필자는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완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없다는 것이다. 완도타워, 장보고동상은 뭔가 자연과 조화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허물어진 가리포진 성이나 청해진·고금도진을 복원할 때, 군민들 모두 정성을 모아 우리를 상징하는 그 무엇을 만들었으면 좋겠다.움에서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도 이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5% 내외의 표를 의식하여 극우세력을 내치지 않는다면, 국민적인 정당해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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