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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물병 대신 등장한 미역주머니

[특별 기고] 이승창 /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07 17:32
  • 수정 2019.06.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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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자유기고가

김 양식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우리 지역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미역의 인공양식을 시작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미역 원초를 염장미역으로 가공하여 일본에 수출함으로써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후 수 십 년 동안 미역양식업과 가공업 등 관련 산업은 주민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줬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우리 지역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미역이 주도했던 우리 지역의 해조류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쳐 침체기에 빠져들었고, 미역 관련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그 자리를 다시마 양식업이 차지하게 된다.

지금도 염장미역이 수출되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복양식업의 활성화되면서 미역 원초의 소비가 늘어났었지만, 전복산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변신을 꾀할 시기가 한 발 더 다가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통신사인 CNN 등 외신을 통해 눈에 번뜩이는 참신한 기사를 읽었다. 지난 일요일에 열린  2019년 런던마라톤대회에서는 그동안 마라톤 참가자들을 위해 제공됐던 플라스틱 물병을 대신하여 미역주머니가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제시됐다. 마라톤대회의 경기 참가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플라스틱 물병을 대신할 대체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 실용화된 것이다.

런던에 있는 Skipping Rocks Lab(스키핑 락스 랩)이라는 신생 벤처기업은 우호 미역 캡슐(Ooho seaweed capsules)이란 획기적인 신제품을 만들었다. 미역의 녹색 물질과 냄새를 제거하고 성분을 이용하여 만든 미역 캡슐(주머니 - pouch)은 기존 플라스틱 물병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대체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연상태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분해되는데 45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새롭게 개발된 미역캡슐(주머니)은 불과 6주일 정도면 생분해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보급이 확대된다면 환경보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런던마라톤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미역은 먹는 식품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미역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하여 만든 미역 캡슐(주머니)이 플라스틱 물병을 대신하게 될 줄 알았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를 가진 선구자들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제품이 보급됨으로써 인류는 지금보다 진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수산업은 김•미역•다시마•톳 등 해조류 양식업과 가공업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지만 원초를 건조하는 정도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원시적인 방법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미역성분을 이용한 다양한 신제품의 개발은 우리의 해조류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하여 발전을 도모해야 되는지 그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해조류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는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제 해조류 산업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에 시선을 돌리고 투자에 집중해야 할 때다.

바보야!! 미역을 먹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빠져 나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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