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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모두가 1등"

[청년 완도 특집] 4. 나의 청년 시절 <완도군청 허정수 복지행정국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6.10 05:21
  • 수정 2019.06.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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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의 비전과 사명이든지 간에 그것의 창조적 발전은 누군가의 내면에서 비롯된다.
분명하고 강한 신념을 가진 자가 준명한 비전과 열열한 사명으로써 여기에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으로 인도하게 될 때, 조직은 비로소 창조된다. 그 사랑이란 서로가 일치하는 결론을 맺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향한 진지한 노력이다.

까까머리에 앳띤 소년의 얼굴이지만, 꼭 다문 입술에서 느껴지는 신념과 사명, 똘망똘망 별빛같은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휴머니즘. 이 어린 소년은 40년 후 완도군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허정수 복지행정국장.(사진 가운데)

언젠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본지 청년 특집에서 그때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40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고교 2학년 시절이라고 했다.
1978년 12월 12일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던 날, 친구들과 함께 무등산 자전거 하이킹를 떠났다는데, 멀리 무등산 방공포대 레이더 기지가 보였다고.

그의 페이스북에는 가끔씩 자작시로 보이는 시(詩)적 표현에 있어 청년시절 즐겨보던 문학작품 이야기나 썼던 시가 있냐고 묻자,  (문학도로 보는 것 같아) 되게 쑥스럽단다. 더불어 "문학에 흥미는 느끼고 살아왔지만 재능도 없고 낙서장에 끄적거려 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며 지난 일을 돌아본다는 것은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고, 먼지 쌓인 어린시절 내 앨범은 오직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고 전했다.
그러며 인생이란 가도 가도 참으로 모르는 것이 많아, 그래서 가다 서다, 다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 같다고.

"여기 이 찰나에 존재하는 것만이 나를 확실하게 한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 어디에나 나는 있을 수 있고, 그 어디에도 나는 없을 수 있다. "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가지고 있든지 가져 봤든 지에 대한 오만도 훌훌 털어 버리자.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모두가 과거가 되어 버리는 길지 않은 삶 속에서, 무언가 작은 어떤 것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조금씩 마음이 자라고 있음이다. "고.

역시나 근원과 본질, 그 너머에 있는 고요와 침잠, 그리고 그 너머의 무한한 빛의 세계를 뚫고 들어가 만나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의 철학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년시절 꿈꾸던 세상은 어떠했냐고 묻자, 그는 "청년시절의 의식세계는 빈약했다. 빈약한 의식이나마 막연한 정의감, 불의에 대한 거부감, 비정한 현실에 불만이 많았으며 생존의 굴레 앞에서 굴종을 강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절망하고 분노했다."고.

또 자신의 의지와 욕망에 따라 나름의 삶을 영위해야하는 출발선에서 방황과 좌절은 젊은이의 호기로움이었으며, 젊은 날에 품었던 의식과 이념은 세월과 함께 그 빛이 바랬단다.

"다 허물어 버리고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가는 길"이라고.

완도 청년에게 들려 줄 이야기를 묻자, 그는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모두가 1등을 한다고.
베스트 원(Best One)이 없어도 베스트 투(Best Two)가 대신 할 수 있지만, 온리 원(Only One)이 없어지면 아무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단다. 그러며 수많은 청춘의 마음을 울린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에필로그도 들려주고 싶다고.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20대는 사람을 배우고, 사회를 배우고, 그리고 인생을 배워야 하는 시기야. 이런 ‘큰 배움’을 위해, 뜨거운 열망을 가지고 세상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시도와 실수를 해보았으면 좋겠어. 아직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목표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다양한 도전을 계속했으면 좋겠어.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그냥 벽이야. 되도록 많은 벽을 두들기고, 되도록 많은 문을 열어봐. 청춘이라는 보호막이 너의 실수를 용인해줄 거야」

마지막으로 청년에 대한 메시지는 "그 시절, 갖고 싶은 게 많았고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들은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인이 될 수 없으면 무작정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난다고 해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내가 편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언제나 나였다"고 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고통스럽지만 가장 정직하며, 홀로 존재하지만 모든 걸 껴안고 있다. 그가 아름다운 청년 '허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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