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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슬을 머금은 차나무

[완도차밭,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 66]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10 07:47
  • 수정 2019.06.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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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고야선자분기결 염부단금방심결 항해수청벽옥조 조하함윤취금설”
우리나라 차의 성인이자 다도의 중흥조로 일컫는 초의 선사(1786~1866)가 쓴 동다송의 2번째 문장이다. 고전은 한문을 보고 읊조리며 음미하는 맛이 제법인데, 표기하지 못해 아쉽지만, 양해를 구하고 본문의 의미에 충실하고자 한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고야산에 사는 선인같이 분을 바른 듯 살결이 하얀 눈과 같이 청결하고, 유리와 금모래 같은 찬란한 꽃술을 맺어 열매를 맺느니라.
깊은 밤의 지극히 깨끗한 이슬에 맑게 몸을 씻었고 가지는 옥같이 푸르도다. 새벽이슬에 깨끗한 이슬 머금으니 참새의 혀와 같구나!
(김창배의 <동다송> 참조)

주석과 도움말을 곁들여 본다. 고야는 막고야산의 산이름으로 이 산에 사는 선인은 살결이 희고 이슬을 마시고 구름을 타고 다닌다고 장자의 소요유편에 전해진다. 차나무의 하얀 꽃잎을 선인의 맑고 깨끗한 살결로 표현하였다. 또 잎은 치자와 같고, 꽃은 백장미와 같으며, 화심은 황금빛이다. 또한 이백도 이 부분은 잎과 가지는 푸르고 옥같이 아름답다 하였다. 금설은 작설과 같은 말로 참새의 작은 혀와 같은 어린 차 싹을 말한다.

정조대왕의 사위인 해거도인 홍현주의 부탁을 받고 일지암에서 초의 의순이 짓는다고 동다송의 서문에 밝혔다. 동다송은 차의 기원과 차 생활의 멋과 차의 우수성을 기리는 시 형식과 전적을 인용하고 평소 차 생활 속에서 터득한 글, 그리고 상세한 주석을 달아 풀이를 하였다. 차에 대한 신이한 전설을 중심으로 차의 효능과 구체적인 다사 등 17송으로 술한 492자의 칠언시다. 우리 차의 색향미기가 결코 중국차에 뒤지지 않음과 차의 덕을 칭송하였으며,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차의 미덕과 다선삼매를 노래하여 불후의 고전 동다송을 탄생시켰다.

은선동에 펼쳐진 아름다운 차밭의 풍광과 차나무의 아름다움을 약150여년전 초의성사께서 마치 직접 보면서 노래하듯 기록하신 것 같아, 작은 설레임과 감동이 일었던 구절 중 하나이다. 싱그럽고 맑고 깨끗함은 비취의 옥색처럼 아름다움을 금할길이 없다. 비온뒤의 안개낀 절경은 그 어느 비경도 부럽지 않고, 두루미의 날개짓은 이미 선경의 유유자적한 선인의 심경이라, 이를 두고 별유천지비인간이 아니고 무엇이랴! 오직 금설의 화음만이 가득하여라!

청심향(작설차, 녹차)과 여래향(발효차)의 햇차 향이 은선동에 가득하여 예가 고야산이 아니고 어디랴! 차 한 잔 앞에 두고, 옛선인들께서 누리고 전하신 차 한 잔에 담긴 까닭을 오롯하게 받는 홍복 또한 어디에서 누릴 것인가? 성사께서 홀로 마시는 차 한 잔을 신의 묘경으로 표현하셨는데, 이미 마음 깊이 가득 녹아있는 묘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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