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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일

[완도 시론] 김남철 / 완도고등학교 역사교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10 07:49
  • 수정 2019.06.1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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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 / 완도고 역사교사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이 내용은 전교조 교사들을 판별하려던 교육부의 지침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교사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했던 것들이 오히려 문제 교사로 낙인찍고 탄압하려던 것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전교조가 창립된 지 30년이 되었다. 1989년 5월 28일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부의 탄압을 뚫고 결성되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핵심 교사들을 직위해제 및 구속, 수배하였다. 장학사, 교장, 교감 등을 총동원하여 교사들을 탈퇴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하였다. 그 탄압과 회유에도 조합원 탈퇴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1500여명의 교사가 쫓겨났다. 교육대학살이었다.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의 투쟁이 들불처럼 전국에서 일어났다.

전교조는 끈질긴 투쟁과 교육개혁 활동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에 와서야 합법성을 인정받았고, 탄압받은 교사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권 해직자도 조합원이라는 것을 빌미로 “노조 아님”이라는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외 노조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전교조 해고자는 아직 복직이 되지 않고 길거리를 헤메고 있다. 최근에 이 조치의 정당성을 다투는 재판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여전히 대법원은 전교조 관련 재판을 미루고 있다.

최근 전교조는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교사대회에서 “법외 노조 취소”를 요구하였으며, 전교조 집행부에서는 전교조 합법화 투쟁을 강하게 전개하고 있다. 전교조가 결성된 이후 학교 현장은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뿌리내렸고,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서 혁신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촌지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경쟁과 대립에서 나눔과 배려로,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확산된 것은 전교조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가능했다.

전교조는 결성 30주년을 맞아 ‘참교육’에서 ‘삶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교육에서, 교육과 삶이 행복한 사회로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전교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또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하여, 민주 정권이라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교조를 합법 조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로 전교조를 법외 조직으로 만들었던 적폐를 정상화하는 일이다.

법외노조라 정부 및 교육청과 제대로 교섭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삶을 위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적 문제를 해결할 사안들이 너무나 많다. 현 정부와 국회는 애매한 입장으로 노조법 개정의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도 손해이고, 궁극적으로 교육당국은 물론 국가의 손실이다.

교육 혁신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 전교조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삶을 위한 교육을 통해 교육과 삶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이다. 그것만이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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