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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기억하는 방법

[언단의 장] 5.18 역사 순례단 체험 후기 / 김지현 <완도고 2학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10 08:45
  • 수정 2019.06.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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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완도고 2학년

우리는 1980년 5월 광주의 역사를 안다. 교과서에서, 책에서, 기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가슴 아픈 역사를 기리고 기억하려 한다.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잊지 않기 위해 책을 만들어 내고 읽고 공부한다. 수많은 광주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몸부림 쳤던 역사. 그 역사를 가진 광주에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간다. 영화를 보러, 옷을 보러, 친구와 즐기기 위해. 다양한 이유로 광주를 방문한다. 하지만 민주묘지에 찾아가기 위해 광주를 가본 적이 있는가? 열사들을 기리기 위해 국립 5.18 민주묘지가 설립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또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역사와 문서 등을 전시해놓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물론 이곳들을 방문하지 않고, 어떤 곳이 있는지 알지 못해도 그들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유적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글로, 사진으로 배우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당시의 시민들, 주변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단순히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보다 배의 효과를 내고 또한 하나의 증거, 전시물로 기록하여 역사를 잊지 않고 잊혀가는 역사를 사람들에게 기억하게 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5.18민주묘지에는 그들의 혼과 육신이 묻혀 민주주의와 독재체재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가득 담겨져 소리치고 있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건물 8층 유리에 생긴 총 자국, 공포에 떨며 쓴 초등학생의 일기 등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들의 의지들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응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사회적 상황은 어땠는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사건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루어냈는지를 알게 되면 그 당시의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 그림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내어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어느 순간 사라진다. 하지만 생각을 글로 적어내면 사라지지 않고 간직할 수 있다. 사라지지 않고 간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를 기억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표현해내어 그것들을 모아 보면 전시가 된다. 그렇게 전시회가 열리고, 레드페스티벌이 열리고, 기록관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일종의 공유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작은 움직임들을 모아 커다란 하나의 공간을 완성해낼 수 있다. 물론 처음은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작품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하지만 내가 먼저 시작하게 된다면 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두려움, 창피함을 떨쳐내고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대회에 출전하거나 전시관에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곳에서, 교내 대회에서, 전시회에서, 나의 SNS 계정에서 어떻게든 표현하면 누군가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작은 움직임을.

편집자 주> 본지 지령 1184호 언단의장은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518 역사 순례단의 체험 후기로 작품성을 가진 몇 편으로 꾸려졌으며 우수작으로는 완도고 1학년 김현수, 박철진, 김다은, 최예원, 김순주, 박지영 학생/ 2학년 김성일, 김지현, 신가영, 추수희, 선윤아, 김동인 학생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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