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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oooo친구요, 실제로 만나니 더 반갑소!”

[에세이-모도에서] 박소현 / 청산면 모도보건진료소 소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6.10 14:39
  • 수정 2019.06.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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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 청산면 모도보건진료소 소장

주말에 집에 다녀오며 여객선 터미널 주변 회센타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횟감을 사고 있는 나를 보고, 동네 주민분이 옆 테이블로 와서 회 몇 점 하고 들어가라 하신다. 가서 잠시 앉아 있자 주민분이 삼촌이라 부르는 분이 오신다.

“여그는 모도보건잔료소장이요! 그라고 소장님 우리 삼촌도 옛날에 모도 근무도 하시고 했어라.” 하고 소개를 시켜주셔서 인사를 드리는데 반갑게 악수를 청하시며 “우리 oooo친구요, 실제로 만나니 더 반갑소!” 하시며 웃으신다.

“선생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먼저 알아 뵙고 인사 올려야 하는데...” 하고는 속으로 흠칫 놀라며 ‘이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발을 들인 지 2년 쯤 된 필자는 작년부터 몇 차례 이런 만남을 경험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혹은 공식적인 업무 석상에서도 분명 나는 처음 뵙는 분인데, 소셜미디어라는 것을 매개로 맺은 친구이거나, 지인이 잘 아는 사이라고 모도가서 나를 만나게 되면 안부도 전하고 격려도 해주고 오라 부탁을 들으셨다 한다.

또 어떤 분은 거기 올려진 프로필을 보시고 택배로 본인이 집필한 소중한 책이 출간되자마자 보내주시기도 하며 메모에 “섬 생활이 때론 힘드시죠? 요즘 oooo에 올리시는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시간 여유 되실 때 제 책도 한 번 읽어보시고 항상 힘내십시오!” 라고 선뜻 마음의 여유를 선물 하시기도 한다.

꽤 오래전에 지구촌 대부분의 사람이 다섯명 정도 인맥의 다리를 거치면, 다 알 수 있는 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에이! 아니 국적도 틀리고 언어도 틀린데 아무리 지구는 둥글고 이제 인류는 하나라 한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내가 어떤 소셜미디어에 가입을 하면, 그 곳에서 누군가를 알게되고, 그 소셜미디어라는 매체가 추천하는 기능에 따라 나는 크게는 가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나라, 작게는 우리 나라 혹은 지역사회 안에서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된다. 나는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과 친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큰 매력으로 여긴다. 일상에서는 친구사이 보다는 공경의 대상의 윗 분으로의 의미가 더 크겠지만, 소통의 그곳에서의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친구로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하여 현명한 고견이나 조언을 얻기가 쉽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밀려오는 파도와 같았고, 서핑보드 위에 올라탄 나는 다만 나의 중심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서핑보드를 즐겨타는 것은 아니듯,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하거나 개인정보유출이라는 쓰나미와 같은 피해를 우려하는 사람은 개인휴대폰의 전화와 메시지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기능만을 사용하며, 거부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생각이 중요하므로 강요할 수는 없다.

상대와 대화라는 수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듯, 글이란 어떤이의 생각의 집결체이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리 먼 훗날 우연히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먼저 나의 친구로, 인맥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개개인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소소한 개인의 일상 공유부터, 본인사업이나 직무관련 홍보, 취미생활의 공유 등... 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인듯하다. 도저히 그 안에서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친구 취소하기라는 기능이 있으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거르고, 생각이 잘 통하거나 글이나 그림 음악으로나마 내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어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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