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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완도의 자생 식물] 101. 접시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6.10 15:38
  • 수정 2019.06.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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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길 떠난 사람도 붉은 꽃 옆에선 그냥 떠나지 못한다.
한 번쯤 뒤돌아보는 사람아. 난 그 사람을 진정 꽃으로 보지 않는 것은 여린 마음에 붉은 심장이 있기에 꽃같이 보인다. 인정이 있는 곳에 심장이 있고 얼굴이 있기에 꽃을 피우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 꽃을 피우는 일은 눈물을 가득 채우는 데에 있다. 마음이 먼저, 눈물이 먼저, 붉은 심장이 먼저 있어야 붉은 선홍빛 그리움의 꽃이 터지고 만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아직 피지 못한 꽃씨가 있다. 그대가 알지 못한 무한한 세계를 향해 길 떠난다. 접시꽃은 연대하지 않아도 사회가 있다. 종교가 없어도 하늘로 가는 길이 있다. 핏줄이 없어도 사랑하는 방법이 있다.

낯선 길가에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만 있다면 그곳에서도 접시꽃은 발걸음 소리를 반갑게 알아듣는다.

딱딱한 시멘트 길가에서 사랑의 씨앗 하나만 바람에 날리면 대지의 뜨거운 땀방울이 붉은 접시꽃으로 피게 된다. 양철지붕 담벼락 옆에서 피는 어머니의 접시꽃 마음도 한때는 소낙비 내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지붕에서, 대지에서, 꽃잎에서 열렬한 부딪힘도 있었다. 이제는 햇살만 접시꽃잎에 내려와 마음 쓰는 일은 아쉬운 그리움뿐이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상처와 미움이 접시꽃에서는 하나의 꽃길을 만들고 하늘로 솟는 그리운 꽃망울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열망하고 있다.

접시꽃은 핏줄이 없어도 사랑을 배워왔고 사랑을 키워 낼 초록 잎에서는 햇살 가득히 노래하고 있다. 그 접시꽃 옆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피붙이의 연약함을 큰 그늘로 만들어 내는 마음이 있었다. 접시꽃은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중국, 시리아가 원산지이다.

전체가 억센 털로 덮여 있으며 잎은 심장 꼴이다. 꽃대는 높이 2∼3m나 되고, 꽃차례는 1m를 넘는다. 지름 약 10㎝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난다. 꽃은 홑꽃과 겹꽃이 있으며 6∼8월에 피고 꽃 색깔은 빨강, 보라, 분홍, 황, 백색 등이다.

한해살이풀인 신종 메이저렛, 실버퍼프은 이른 봄에 씨를 뿌리면 높이 1∼1.5m가 되고 그해 여름에 꽃이 핀다. 불끈불끈 힘줄 때마다 하늘로 솟는 접시꽃은 아래서는 꽃잎이 지면서 붉고 중간에는 꽃잎이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끝에서는 꽃망울이 하늘까지 그리움을 달아놓고 있다.

지금은 어느 마을, 어느 장독대에서 된장 냄새처럼 푸짐하게 한창 피어있다. 작년 이만 때 접시꽃 옆에서 풀을 매는  어머니. 올해는 접시꽃만한 어머니 마음만 피었다. 지금은 접시꽃을 일부러 심지는 않는다. 그 옛날 열렬한 이야기만 다시 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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