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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이 나에게 말했다

[에세이-작은도서관 편지]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7.15 11:27
  • 수정 2019.07.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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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시인은 아팠고 전복들의 먹이를 준비하지 못했다. 두 달을 굶기자 전복들은 그물 위로 올라왔고, 황새떼가 쪼아 먹고 쥐새끼들이 물어 가고, 갉아 먹고, 그리고 배고픈 전복들은 그물 밖으로 도망하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태풍이 오고 있다. 시인은 태풍이 온다고 하여도 그저 웅크려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 대책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태풍을 맞이한 전복 가두리는 태풍에 육지로 밧줄이 끊기어 날아가고 전복 가두리는 해체 수준이 된다. 시인이 말한다. 

“너희들이 떠나자
나는 추웠고 배가 고팠으며
비겁하게도 비겁하게도 나는 살아
다시 무슨 꿈을 꾸며 
바다 위를 걸어갈 수 있을 것인가”

 위 시는 넙도 박기태 시인의 생활 시의 일부분을 옮겨적은 것이다. 전복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을 절절히 울리는 시다. 하느님이 도와주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바다 사람들의 마음. 인간이 아무리 죽어라 용을 쓰고 힘을 들여도 하늘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바다일. 전복을 키우는 사람에게 전복 먹이를 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은 생업인 전복양식을 포기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시인은 아팠고 전복들을 태풍에 잃어버리고 절망적이다 살아갈 것인가 죽을 것인가. 어떤 길을 선택하여야 할 것인가.

 시인은 죽지 않는다. 전복양식도 포기하지 않는다. 시인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넙도에서 천재소리를 듣는 은휴와 지효.


 “선생님, 알로하” 명랑한 지효는 오늘도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여러명의 친구들과 도서관에 온다. 아빠의 시가 도서관 벽면에 프랑으로 제작된 ‘넙도 그 풀섬들의 전설을 노래하다.와’ 섬‘이라는 시를 보고 지효가 묻는다“정말 우리 아빠 시에요.”한다. 내가 다시 되묻는다. ’아빠가 시인이란 걸 몰랐니? 아빠의 시집과 통일 문학상 수상자였다는 이야기를 시집 ‘볕이 아직 단단해’를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전혀 몰랐다는 지효. 시인이 꿈이라는 시인의 아들과 시인이 도서관에 온다. 도서관이 있기 전에는 아빠가 바다에서 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인다고 한다. 도서관 문학 수업에 아빠와 나란히 참여한 지효를 보니 지효도 아빠처럼 시인이 될 수 있겠다는 예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전복은 다시 시인에게 말할 것이다. 살아라 살아내라 아들을 위해서라도 훌륭히 살아내라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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