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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햇빛 속에서 반짝이는 너를 만나는 순간이 오면

[완도의 자생식물] 105. 타래난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7.15 17:31
  • 수정 2019.07.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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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을 가면 느닷없이 나타나는 친구. 입으로 향기를 내어 주는 친구. 말이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친구. 좁은 산길을 걷다가 작은 풀꽃이 길을 멈추게 한다.
나만의 시공간에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순간 멈춰버린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가 없지만 기억은 오래 간다. 그만큼 순수한 만남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아름다워진다.

 지난날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전에 알지도 못했던 풀꽃들을 집중해서 관찰한다. 산너머 뻐꾸기 울음소리가 초침을 움직이게 한다. 선선한 바람이 작은 꽃잎이 흔들린다. 일상의 반복되는 일들이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고 점점 흐르는 시간을 내 마음의 초침과 마춰본다. 이제 무심히 흐르는 시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것은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좁은 산길에서 나를 붙잡는 건 내 스스로 만남이다. 내 안에서 진실이 자라나고 있는 데에는 작은 풀꽃과 침묵의 언어가 살아 숨 쉬고 있어서다. 억만년 세월을 서려놓아다가 한순간 만남이 이렇게 소중할 수가 있을까. 세월이 가면 자연스럽게 천천히 걷고 싶어진다. 물론 생물학적 요소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만남에서 진실을 찾고 싶은 데에 있다. 점점 소중한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삶의 진실도 진지하게 알고 싶어서다. 지금 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빠라졌다. 우리의 마음과 이성은 세상의 부속품이 되고 만다. 우리가 주인 되어 관찰자 입장에서 삶을 꾸려가야 한는데 시간에 쫓겨 타인으로 살아가고 만다. 그동안 아껴 두었던 시간을 실타래처럼 풀어놓아야 한다. 풀숲 이슬 속에서 자란 타래난초처럼 하늘에 대한 진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기도가 되어야 한다. 잎은 뿌리와 줄기에서 나오는데 소라껍데기처럼 나선 모양으로 꼬여 달리면서 올라간다. 뿌리잎은 길이 5~20cm, 나비 3~10mm이고 주맥이 들어가며 밑 부분이 짧은 잎집으로 된다. 줄기잎은 댓잎 피침형으로서 끝이 뾰족하다. 효능은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며, 각종 염증에 효험이 있다. 모든 야생은 자기의 뜻과 길이 있다. 약효가 야생화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고 사람도 각기 인격을 소유하는 양과 질이 다를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따라 체중을 줄어들지만 마음의 질량은 점점 무거워 지지 않겠나 생각 된다. 타래난초 꽃은 녹두콩만큼 작지만 마음의 질량이 높다는 데에는 진실이다. 

 꽃을 보는 관찰자 입장에서도 진실로 보는 것이고 말없이 내어주는 그 향기도 진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절대 꽃과 대면 할 수 없다. 남여의 사랑이 서로 주연이 되듯이 말이다. 내 인생의 총량이 슬픔보다 기쁨이 앞서는 데에는 좋은 운명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운명은 매 순간 살아있는 존재를 진실로 느끼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드러운 햇빛과 산길을 걸으면 타래난초와 대면하는 순간은 나와 진정한 만남이다. 운명이 어디에서, 언제 시작되어 진지는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침묵의 공간에서 나를 인정해주고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수많은 세월에 서려 놓아다가 가장 중요하는 시간에 풀어 놓았다. 가장 진실한 만남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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