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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을 뚫고 올라온 가시연꽃 너에게 나를 내주며 꽃 피우는

[완도의 자생식물] 106. 가시연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7.16 14:07
  • 수정 2019.07.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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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물에 젖지 않는 가시연꽃.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일에는 큰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들만의 조용함을 물빛에 그려 넣는다. 생명이란 존재는 사랑 속에 꽃이 피고 수 년 간의 인고 끝에 핏줄기를 이어놓는 일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 

 아마 자신들만의 절규와 사랑의 법칙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그들 스스로 존재하는 데에만 당연한 일이라 한다. 그러나 한 순간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 한 순간 사랑이 와서 운명처럼 사라지는 일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모르는 타인들은 봤을 때 어느 날 갑자기 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꽃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 했을까. 실제 생명과학에서도 부모가 좋은 정보를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가. 또한 자식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가. 사랑은 이렇게 눈물겹다. 

 가시연꽃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시를 세웠다. 하지만 가시는 물에 젖지 않는다. 다만 꽃이 필 적에 환희의 눈물만으로 눈가에 젖는다. 가시연꽃은 수련과에 속하는 일년생 수생식물로서 잎이 무척 크고 넓으며 가시가 많이 달려 있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가시연꽃의 잎은 완전히 폈을 때 지름이 1m 정도가 되는 것은 보통이고 때로 2m에 이르기도 하며 줄기는 물론 잎의 윗면과 아랫면 모두에 손을 댈 수도 없게 사나운 가시가 돋아 있다. 

 심지어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마저 온통 가시로 뒤덮여 있으니 식물 전체에서 가시가 없는 곳은 오직 보랏빛 꽃잎뿐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수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으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7월말에서 9월초에 주로 피어나며 꽃피는 시기가 각각 달라 한 달 정도는 꽃을 볼 수 있다. 

 잎이 상당히 넓은 편이라 분포지의 수면을 완전히 덮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꽃대는 이미 펼쳐져 있는 잎을 뚫고 한 뼘 정도 올라와 꽃을 피워야 하기에 잎보다 훨씬 강한 가시로 뒤덮여 있다. 

 꽃은 밝은 보라색으로 5㎝ 정도의 크기이며 아침 일찍 벌어지기 시작하여 오전에 활짝 피어나지만 활짝 피어 있어도 수줍은 모습으로 있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대부분의 꽃은 다시 오므라든다. 사랑은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사랑은 예상을 뛰어넘는 예지가 있어야 한다. 현실과 이상이 한데 교합될 때 늙지 않은 꽃이 된다. 순간 피어있으면 그것만으로 흡족하다. 한순간 피었다가 지면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한참 피었을 때 이상이 있지 않았는가. 연잎을 뚫고 올라온 가시연꽃. 살아가는 방법은 각각 다를지라도 가시 없는 사랑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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