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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의 이쁜 어매들, 오래오래 사소![에세이-청산 모도에서] 박소현 / 횡간보건진료소장
완도신문 | 승인 2019.07.19 10:19
박소현 / 횡간보건진료소장

 “워따워따 어째야 쓰꼬? 이것이 뭔 소릴까? 이물 없이 딸같이 지냈더만 가면 나 워찮대?” 곡소리와 같기도 한 울음 터지며 내뱉는 그 말씀에 웃어야지 했던 내 얼굴은 이미 코를 들이 마시며 목은 뜨거워진다. 경로당서 골목서 만난 아빠 엄마들은 나를 안아보다 왜 가느냐 원망하듯 내 등짝을 치시며 읊조리신다.

 공무원은 철새다. 냉정한 머리를 가져야 하고 가슴은 따뜻해야 하는... 남은 사람 아프지 않게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데 나는 명확하게 실패했다. 엄마 아빠 삼촌 이렇게 부르며 2년을 살았더니, 어느덧 나는 동네 진료소장이 아니고 아무한테도 못 털어놓는 속내 털어내면 들어주고 비 오는 날이면 얼마나 허리랑 무릎 아플까 싶어 파스 한 장씩 들고 까꿍하며 자기 집처럼 들어 다니는 제비 새끼 같은 딸이 되었더라. 짐을 싸기 싫었던 건지 뭉그적거리며 겨우 짐을 챙기니 2년을 산 터라 한가득이다. 

 토요일 오전에 마지막 왕진을 갔다. 그 집 앞을 나오자 동네 정자 아래로 하나둘 모여드시며 또 눈물바다가 되길래, 경로당으로 이끌어 눈물 닦고 예쁘게 사진 한 장 남기자 설득해서 찍으며 속으로 ‘내 사랑 이쁜이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소!’ 빌며 한 분씩 한 손은 머리를 한 손은 등을 쓸어 내 가슴에 머리를 꼬옥 대게하고 안아드렸다.

 결국 일요일 낮에 주민분들이 배에 내 짐을 다 싣고 나를 횡간도로 데려다주셨다. 횡간도에서는 트럭 대고 마중 나오셔서, 진료소 안까지 합동으로 짐 다 옮겨 주시고 상견례 자리가 만들어졌다.


 “소장님 덕분에 횡간도 첨 와보요. 우리 소장님 울리지 말고 잘 데리고 있으시오”하자 횡간 주민분이 “이라고 배 태워서모셔와 분디 어찌께 못해주것소? 걱정 마시오! 우리 집 가서 닭죽 한 그릇 하고 시원한 물 자시고 가시오!” 이끄는 팔에 동리 주민분들 늦은 점심을 드시고, 일어나시겠다고 해서 쫄래쫄래 배웅하는데 진료소 앞에 오자 선착장은 멀었는데 “얼른 들어가시오. 더 따라오면 운께. 불근도 가서 라면도 끓여주고 고동 잡게 해준다 약속했는데 못 지키고 보내는 것이 영 맘에 걸리요야. 좌우간 아프지 말고 잘 지내시오.”그러고 빠른 걸음으로 나를 떼어 놓고 두어 번 뒤돌아 보시고는 내 손이 자꾸만 눈가를 훔치자 달려가버리신다.

 오늘 비가 오자 유난히 그리운 모도... 지금도 하루면 몇 번씩 엄마 아빠들 전화 오셔서, “밥은 어떻게 해먹고 사느냐, 마음이 허전하다, 언제나 한 번 더 볼 거나?” 조만간 한 번 더 들어갔다 와야겠다.

 횡간도... 두 번째 발령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손볼 곳도 눈에 들어오고, 이젠 어르신들 대하는 노하우도 생겨 첫 대면부터 유쾌하게 인사드리는 중이다. 주민분들도 어려워 말고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돕겠다 하시고, 세상에 일방은 없으니 나도 정말 잘해야지 다짐하며 나는 참 복이 많은 이로구나. 이렇게 많은 엄마 아빠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제 첫 발령지가 모도 아니면 횡간도였고 모도에서 2년을 살다 횡간도로 넘어왔으니, 운명의 땅 내가 꼭 한 번은 근무해야 할 곳이라 소명으로 여기고 열심히 딸랑구 노릇 하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갚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약속하고 또 약속합니다.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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