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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강물을 보면서, 절벽에 핀 꽃을 보면서 고독한 나는 그 생생한 부드러움을 찾아 노래하라!

[완도의 자생식물] 108. 큰제비고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7.29 13:32
  • 수정 2019.07.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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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다는 의미는 전해 없었던 것이 오늘은 있고 풍요롭게 경험했던 것이 오늘은 없다. 없음과 있음을 섬세하게 체득하는 자만이 오늘을 생생하게 사는 방법인 줄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어느 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어제보다 부족함과 남음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행복감이 갈린다. 

 물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오늘의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 그런데 그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더라. 내 생각과 세상의 흐름 그리고 자연의 흐름이 한데 어우러져 결과가 나올 듯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판단하지 않는 데에 있다. 오늘 작은 들길을 여행하는 동안 밀려오는 감정들이 있으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 탄성 섞인 환희와 기쁨이 아닌 과묵한 태도로 나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 멀리서 보면서 혹시 산도라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가까이 가 보니 고깔 꽃이다. 오늘 생생하게 살아있음은 이런 예상하지 못한 마주침이 아닐까. 누구라도 오늘은 나그네가 되는 심정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다 여행자가 아닌가. 

 오늘은 있음과 없음의 중간에서 서서 고독한 여행을 하고 있는 자가 바로 내가 아닌지. 지금부터 보이지 않았던 얼굴들이 새롭게 보인다. 들꽃들도 새로운 공간에서 보인다. 장마 속에서도 깔끔하게 피는 큰제비고깔을 보라. 자기의 멋은 제각각 있은 모양이다. 

 하늘을 배경 삼아도 좋고 여러 풀숲 사이도 좋다. 어디에 있든지 마음만 있으면 좋다. 7~8월에 핀 큰제비고깔은 제비고깔보다 키와 크기가 크다고 하고 고깔의 형태와 날렵한 제비 모양이 흡사하다 해 이름을 붙인 것으로 짐작된다. 

 주로 그늘에서 잘 살고 높은 고산에서만 사는데 요즘은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한다. 하늘이 찌푸려 있어도 늘 밝게 있는 꽃들인데 여름에 벌레들이 많은 터라 꽃잎을 두툼하게 무장을 해야 하고 꽃 냄새도 강인해야 벌레들의 침투를 막는다. 하늘을 가깝게 춤을 추고 그 배경이 아무리 좁아도 넓고 그 얼굴은 아무리 치장해도 진실이 보인다. 이런 게 야생화의 아름다움이다. 어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나그네 같은 삶. 같은 눈높이에서 길동무가 되어준 큰제비고깔에게 묻는다. 

 오늘의 즐거움은 어느 기준에서 맞춰야 하느냐고.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멀리 떠나는 강물을 보면서, 갑자기 들어 닥친 절벽에서 핀 꽃을 보면서 내 안에서 당장 전해 온 메시지는 정녕 고독하지만 그 생생함에서 부드러운 감성을 찾아 노래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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