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차의 보관!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77]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23 09:54
  • 수정 2019.08.23 09:5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봄철에 차를 선물 받았다. 그 때는 너무 맛도 좋고 향이 좋아 잘 마셔왔었다. 근래에 갑자기 맛과 향이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보관해 온 방법과 현재 상태에 대해서. 그랬더니, '차를 마시기 위해 밀봉된 봉지를 연후에 그대로 접어만 두었다고 한다.' 그러자 바로 그 점이 차의 맛과 향이 변하게 된 원인임을 알려드리고 그 상태에서 쉽게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드리자 많이 아쉬워하였다.

여름철은 폭염 등으로 매우 기온이 높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장마로 인한 습도가 매우 높은 우기이다. 즉 고온다습이 특징인 계절이다. 이러한 고온다습의 기후적 특성을 놓치게 되면 우리 생활에 많은 불편한 일들이 발생한다. 집안에 가구나 의류 등에 곰팡이류가 발생하기 쉽고, 식품들 또한 부패되기도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차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기에 보관과 관리에 대해 놓치게 되면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차들이 그야말로 짧은 봄날의 꿈같은 일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차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맛과 향이 사라지거나 변질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허탈하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차의 보관에 대해 매우 면밀한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

즉, 일반 가정에서는 적절한 습도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직접적인 햇빛이나 습도가 없는 환경이면 상온에서도 보관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밀봉된 상태의 보관일 때를 얘기한다. 즉 서늘하고 쾌적하여 바람도 잘 통하고,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는 일정한 곳을 말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여러가지 도구 등을 활용해 온 지혜가 전해져 온다.

주로 널리 사용해 왔던 것이 항아리이다. 항아리는 보관에서부터 다양한 식품의 숙성 발효에 이르기 까지 활용의 폭이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활용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댓잎, 숯, 한지, 목재 등을 함께 사용하여 온도와 냄새와 습도 등을 조절하여 보관해 왔었다.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그러나 요즘엔 더욱 발달하여 와인을 보관 숙성하는 셀러도 좋고, 전용 냉장고 등을 사용하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나 기업 등에서는 전용 보관 창고나 대형 저온 창고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가정이나 영세 업체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좋은 재질의 항균 비닐이나 크고 작은 많은 용기들이 생산 유통되고 있고, 다양하고 탁월한 포장 기술과 방법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도 보관에 대한 큰 걱정이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참으로 관계자나 그 업체들에게 고마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아예 실온에서 보관하기도 한다. 즉 떡차를 만들어 건조 발효하는 경우엔 구멍을 뚫고 새끼 등 끈에 꿰어 실내 한 켠의 벽이나 기타 적절한 곳에 걸어둔다. 즉 대기 중에 노출시켜 보관하는 경우이다. 특히 처마에 걸어 둘 경우엔 기후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덮고 춥고 높은 습도와 건조 상태, 바람 유무 등 자연적 기후에 그대로 노출되어 숙성 겸 보관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또한 지속적인 진행형으로 있는 상태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따라서 차를 포함하여 식품 등의 특성에 맞게 보관 관리 운용의 지혜를 잘 활용하여야 겠다. 그리하여 풍미로운 차의 맛과 향을 오래도록 다 마실 때 까지 누릴 수 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