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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차밭 살림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78]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30 12:07
  • 수정 2019.08.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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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완도 청해진다원 교무

아름다운 차밭을 가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잘 가꾸어진 차밭을 보면 얼마나 많은 정성어린 손길이 갔을까 하는 주인장의 노고를 생각하곤 한다. 겨울을 지나 이른 봄 초지의 모습일 때는 예초도 쉽고 빠른 시간에 아름다운 차밭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봄철, 찻잎 수확과 차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그 아름다운 차밭을 보고 감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5월 초중순께 나타나는 황사와 미세먼지, 6월을 지내면서 점점 더워지다 못해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령된다. 그 폭염속에서도 풀과의 다툼은 해야 되고, 비가 오는 우기와 겹치게 되면 일 할 수 있는 날 수는 적어 풀들은 제 철 만난 듯 서로 경쟁하며 온 차밭을 순식간에 덮는다. 산속 비탈진 차밭에 덮힌 풀과 넝쿨, 특히 칡넝쿨 등의 제거 작업은 매우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때 그때 하면 되지 하지만 넓은 차밭에 동시에 올라오는 풀과 넝쿨을 제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다 했는가 싶으면 처음 시작했던 자리에 다시금 무릎만큼 커 있음을 본다. 차밭이 온통 잡초와 넝쿨의 천국이 되고 만다. 차나무는 겨우 넝쿨을 들어 올려야 볼 수 있는 지경이 된다.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도 예초작업과 넝쿨 걷는 작업이 일과의 주 업무이다. 그들의 성장속도를 잡을 수 없어 그렇게 덮힌 채 초가을 까지 네 차례의 예초작업, 두 차례 갱신과 전지작업을 한다. 더구나 갱신 등의 작업은 일찍 마쳐야 겨울을 날 수 있다.

 다행이도 때에 맞추어 뜻있는 후원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가며 찾아든다. 사정 따라 하루, 혹은 2~3일, 혹은 일주일 이상 머물며 그 바쁜 일손을 거들고 간다. 특히 여름과 겨울엔 여러 공부 인연들이 상주하며 명상과 도가공부에 대해 문답하며 지내지만, 많은 시간을 차밭 봉공 작업에 함께 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우리들은 ‘사상선을 한다’라고 한다. 즉 일속에서 한 마음 놓치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이를 일러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공부라 한다. 전자는 몸과 마음 작용의 원리에 대해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진리적 이치와 일속에 깃들어 있는 일의 원리와 운용에 대한 공부를 동시에 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이고, 힘들어 못 한다 혹은 할 수 없다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조금 씩 조금 씩 이소성대(작은 일로써 큰 일을 이룬다 : 아주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대의와 명분에 맞게 지극히 정성스럽게 하고, 그 작은 일들이 모여 큰 일들이 이루어지고 만들어 지며, 하고자 했던 그 본연의 목적을 결국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의 정신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을 공부인들에겐 정진이라 한다. 그래서 ‘정진, 정진, 대정진 한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부인의 본분이고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결국 우리의 의식에 대한 전환과 혁신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네 삶과 생활 전체를 통해서 우리 인류의 근본적 진화의 특성을 결정짓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발전된 현실들이 이를 이미 증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은 그렇게 많은 공부인연들이 순수한 공부 열정으로 달려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문화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 뿐이겠는가.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인연들이 명상공부와 차의 맛과 향 따라 경향각지에서 직업과 계층 불문하고 찾아와 차 한 잔 마시며 다담을 나누다 간다. 차밭 살림의 일상적인 풍광이다. 차가 있어 참으로 진진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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