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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과 찻자리!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79]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9.06 10:21
  • 수정 2019.09.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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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완도 청해진다원 교무

차밭에서 하는 작업은 참 많다. 기본적으로 차밭 관리가 일상의 일이다. 그 기본은 차밭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풀을 제어하는 일이다. 보통 예초기를 사용하여 풀들을 제거한다. 풀 뿐만 아니라 차나무 역시 너무 키가 자라면 찻잎을 채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높이로 전지를 해 주어야 한다. 이 일도 혼자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차 만들때는 찻잎을 따야 한다. 이른 봄 아주 작은 찻잎을 채취할 때는 종일 따도 1kg 따기가 어렵다. 이 작업도 많은 이들이 동원되어야 하는 일이다. 보통 1kg 채취하면 겨우 1통 나올까 말까 한다. 이외에 시설 등의 관리는 제외하더라도 많은 일손이 필요한 곳이 차밭의 일과이다. 그런데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마을 할머니들께서 많게는 7-8명이 겨우 일을 하셨는데, 이제는 너무 연로하시기 때문에 그 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 이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른다. 그런데 이들과 일하는데 있어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 가운데 언어 장벽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첫 번째의 문제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이기를 잘 활용하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다. 통역 어플이 있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10여 년 전이다. 대학에서 유비쿼터스에 대해 강의할 때, PDA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그 꽃 중의 하나가 동시통역의 보편화였다. 아직 조금 더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많이 발전하였다. 이러한 기술이 점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시대에 언어를 통한 소통의 장벽은 많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가 일이 많이 서툴다는데 있다. 물론 처음 하는 일이라 당연하다. 그런데 그들의 문화적 정서와 국민적 특성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서툴다는데 있다. 그래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나마 이들이 없으면 어찌할 것인가 하고 생각하면, 단순히 불편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또한 이들을 단순히 부릴 목적으로만 대한다면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만, 시각을 바꾸면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 이들을 부리는 일꾼이 아니라, 나의 일을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로 보는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도와주기 어려운 일들, 저마다 바빠서 오지도 못하는 형제들과 가족들, 뿐이랴 가까운 모든 인연들도 또한 마찬가지 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안하면 모를까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고맙고 감사의 마음으로 이들을 맞이하고, 정성과 따뜻한 마음으로 식사와 새참을 준비하고 좀더 여유롭게 일을 하다보면 인간적인 진한 감동을 서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은 여유롭게 쉬고, 티타임도 가지면서 대화하다보니 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고, 사적인 관심 분야를 소통하게 되는 부분들도 생겨서 매우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오히려 향유한 듯 하였다. 물론 주어진 일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도 크게 보면 내 이웃이고 한 가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로운 우리의 전통문화를 대하고 매우 깊은 흥미와 관심을 보여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찻자리는 우리가 생각해도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이곳 낫선 이국에서의 삶의 질은 어떠한지 그 부분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사는 동안은 행복했으면 좋겠고, 또한 그러기를 두 손 모아 축원해 본다.

또한 이러한 이색적인 이 만남이 곧 국가간의 아주 작은 교류와 소통의 장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대하는 자세는 자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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