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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로 뒤바뀐 민중 영웅 ‘송징’ 과 조롱 받는 완도

[사설] 잃어버린 영웅 송징, 재조명 필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11.15 14:17
  • 수정 2019.11.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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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뻗으면 달속의 토끼를 붙잡고
이마 흰 호랑이도 산채로 잡으리
칼집의 큰 칼은 북두성 찌르겠네
활 쏘면 육십리를 백보처럼 날고
활촉은 벼랑에 짚신 꿰듯 박혔네

대해를 한밤중에 나는 듯 건너와
들개를 부려 대낮에도 짖게 하고
바다에 뜬 배들을 모여들게 하니
사람들 다 그를 미적추라 불렀네
관군도 벌벌 떠는데 누가 덤비리
장하도다 공이시여 내 머리털 일어서고
귀하도다 공이시여 허리 절로 굽혀지네

호쾌하기 그지없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완도의 민중 영웅으로 전해오는 송징 장군이다. 호남 최고의 시인이자 송강 정철의 스승으로 알려진 석천 임억령이 송 대장군의 위대함과 신령함을 찬양하고 추모하기 위해 지은 <송대장군가>로 서사한시(敍事漢詩)의 백미(白眉)로 평가 받고 있다.

송징은 전라도 해안에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토벌하고 가렴주구(苛斂誅求)였던 관청의 세곡선을 습격해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구휼했으며 1270년대 삼별초 항쟁 당시 민중의 편에 서서 주민을 구했다. 주민들은 송징이 죽자 그를 완도의 영웅신으로 받들어 완도읍 장좌리 마을의 귀목나무 서낭신, 죽청리의 엄목 당신(堂神), 정도리의 송대목 당신(堂神)을 모시면서 해마다 정월 14일에 당산제를 열었는데, 이는 대체적으로 전해오는 전승 설화이고 송징 장군에 관한 논문 내용이다. 이러한 가운데, 완도군과 장보고글로벌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장보고해양경영사연구회와 목포대 사학과가 주관한 학술회의가 지난 8일 장보고기념관에서 ‘완도 법화사지 사적 지정과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를 실시해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주름무늬병과 해무리굽청자편·기와편, 고려시대 연화문수막새와 암막새·명문기와·청자편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는데, 특이한 점은 삼별초 입거 시기인 12~13세기에 청해진도, 장좌리 법화사지에 걸친 출토 유물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이렇게 출토되는 유물시기를 볼 때, 장좌리 당제의 주신(主神)이었던 송징 장군은 지방자치 이후부터 장보고로 인위적으로 변경되고 있는데, 학계에서는 "장보고에 매몰돼 완도는 송징이라는 큰 민중 영웅을 잃어 버렸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역사의 진실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되살아 날 수밖에  없다. 자해석인 왜곡과 오류가 어떻게 지역과 주민을 부끄럽게 했는지, 정책을 담당했던 완도군이 크게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국유형(國猶形)하고 사유혼(史猶魂)이랬다. 나라는 인간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그러므로 역사를 잃는다는 것은 곧 혼과 정신을 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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