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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우와 차 한 잔!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89]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11.25 12:23
  • 수정 2019.11.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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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얼마 전에 암 환우 한 분이 다녀가셨다. 인사 치례로 청심향(녹차)을 한 모금만 마시고는 못 마시겠다 하신다. 그래서 좀 더 마시기에 편한 차로 내어 드렸다. 알고 보니 역시 예상대로 암 환우셨다. 그래서 암환우에게 좋은 차를 내어 드리자 편안하게 마시며 좋아하셨다. 

약 10여년 전일까! 암환우들을 대상으로 차치료 요법을 수년 동안 실시한 때가 있었다. 그 활동의 결과, 암환우들은 기본적으로 녹차를 잘 마셔내지 못한다. 그 까닭을 오랫동안 살펴본 후에 내린 결론은, 이미 몸 자체가 녹차의 강한 약리적 특성을 수용하지 못할 만큼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녹차 뿐 아니라 많은 약용차들을 실험하였다. 그 결과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마시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치를 알았다. 녹차의 강한 해독작용과 정혈작용과 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이 마시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음을 알고, 좋은 약들의 복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까닭을 오랫동안 연마해본 결과 차 역시 우려내고 마시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얻어진 결론으로 차의 마시는 방법을 정하게 되었다. 그 방법은 환우들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연하고 부드럽게, 자주 많이!” 였다. 물론 이는 필자의 오랜 차생활 결과로 얻어진 주관적 견해임을 밝혀둔다. 하지만 지금은 차 생활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 연하고는 우려 마실 차의 양을 적절히 적은 듯하게, 부드럽게는 물 온도를 적절히 낮은 듯하게, 필자의 견해는 80도 내외가 매우 적당하다고 생각하며, 자주는 시시 때때로 마실 수 있는 상황만 되면 언제나, 많이는 마시는 횟수를 말한다. 종이컵 물 하나 정도의 다관에 작은 티스푼 하나의 차 양으로, 100도로 끓인 물을 약 80도 정도로 식혀서 다관에 부은 후 약 5~10초 정도 우린 후 식힘 사발에 따라서 마시기를 5차례 정도(잔 차는 10여잔 정도). 또 시간 내어 이와 같이 마시고, 또 마시면 된다. 하루에 서너 차례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암 환우들에게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좋은 물을 마시는 것 자체가 치유적 효과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물과 같은 액체이지만 암환우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약과 같은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술이다. 술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독으로 절대 금기시 한다. 환우들 가운데 술에 대한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노라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그때 강의 중이던 강사의 말을 잊을 수 없다. “좋은 물을 마시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그런데 술을 마시는 것은 죽자는 것과 같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주 조~금 마시면 안되냐는 어느 환우의 질문에 이런 비유를 들었다. “독약은 좀 두리뭉실하니 쥐약으로 하겠다. 쥐약을 주면서 마시라 하면 마시겠는가?”, 아무도 안그런단다. 웃으면서, 다시 “좋은 물 1말(미터법으로 20ℓ, 1ℓ=1,000㎖)에 10㎖ 밖에 안되는 쥐약 한통 부어서 주면 마시겠는가?”, 역시 아무도 안마신 단다. “그럼, 아주 조금 1㎖만 넣어 주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술을 마시려 해요? 술 한 잔 마시는 것은 1말의 물에 1ℓ의 쥐약을 넣는 것 보다 더 독한 독인데. 1ℓ는 10㎖의 100배의 양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차뿐 아니라 모든 음식들 가운데 우리에게 맞는 제대로 된 음식을 얼마나 잘 섭생하고 있을까? 한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 아닐까? 차의 정확한 법제 원리와 음용법의 의미가 매우 중요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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