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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뜨거운 사랑을 간직한 나무

[완도의 자생식물] 124. 파라칸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11.29 11:11
  • 수정 2019.11.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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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기쁨과 미움이 낱낱이 흩어지면 아무 일이 없더라. 그것이 영글어질 때 사랑이 되고 원수가 되더라. 모든 경우의 수를 피하려고 산으로 가든, 들로 가든 지나간 바람 자국마다 상처투성이더라. 열렬히 사랑할 때 독한 가시가 있는 줄 모른다. 연한 입술이 꽃이 되고 향기가 된다는 것을. 파라칸타의 꽃잎이 저렇게 많은 열매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 참 많기도 하다. 꽃의 자리는 영광의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바람이 지날 땐 향기가 흐르고 세찬 바람이 불어 닥칠 땐 꽃잎의 떨어짐이다. 정도에 따라 득이 되고 해가 될 때가 많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하나로 뭉쳐진 생명뿐이다. 

이 생명 속에 그동안 삶의 희로애락이 있었으니 모두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한 가지에 꽃잎이 많이 달려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 벌의 유인책이 첫째이다. 5월에 핀 수수꽃다리도 꽃 하나로 보면 아주 작다. 이것들이 모여 있으면 전체의 꽃 모양도 좋고 향기도 많이 품어 낸다. 벌들의 시각에 단번에 알아차린다. 파라칸타의 꽃은 다른 꽃보다 크지도 않고 시각적으로 확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모여 피니 벌들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파라칸타와 비슷한 열매로 달고 있는 우리 토종나무가 있는데 호랑나무가시다. 이 토종나무는 잎에 가시가 있다. 가시로 꽃과 열매를 지킨다. 파라칸타는 가지에 가시가 있다. 열매 밑에 가시를 숨겨 놓아 함부로 다가갔다가 간에 당하기 십상이다. 한 가지에 꽃이 수없이 피어도 열매까지는 달리지 않는다. 열매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낙과하고 만다. 끝까지 달려 있는 것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데 파라칸타는 대부분 꽃에서 열매까지 간다. 그래서 이 나무는 다산으로 상징하며 생명나무로 부른다. 귀하식물로 중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흰 꽃으로 6월에 피며 온대성 식물이다. 따뜻한 남도에서는 12월에도 열매는 빨갛게 익는다. 완도 고금도 어느 집에 빨간 우체통 옆에 빨간 파라칸다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낙목한천인 이때 허전한 마음을 달래길 없는데 이 나무가 옆에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으로 삼고 싶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되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이 더 그렇다. 한때는 이분들도 열렬히 사랑했을 때가 있었다. 아무리 추워도 마음이 뜨거웠기 때문에 춥지 않았다. 파라칸타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세월의 아쉬움을 지켜보고 있다. 꽃도 둥글고 열매도 둥글다. 아무리 곧다 해도 끝까지 가면 둥근 세상이다. 오늘 일어나는 일은 오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멀찌감치 두면 곧 새로운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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