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야생화
달아오르는 마음에 눈물처럼[완도의 자생식물] 127. 배풍등
신복남 기자 | 승인 2019.12.20 15:40

12월의 엽서와 편지는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일 년 내내 숨겨 두었던 풀꽃들의 사연들은 아스라이 보인다. 이런 사연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마음을 다해 전하는 일이 편지와 엽서였는데 그 시대는 가고 말았다. 

그래도 겨울의 계절은 다를 바가 없다. 배풍등 풀꽃에서 아스라이 달려 놓은 그 마음이 아직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눈물을 감쳐둔 셈이다. 아기 동백나무 꽃잎이 아주 연하게 달아 놓았다. 동백나무 두꺼운 입술이지만 눈물은 연하다. 

이렇게 겨울 꽃들은 강하면서도 연하게 핀다. 쓸쓸한 마음을 꽃에게 위안을 삼고 싶어서일까. 노란 꽃, 초록 꽃, 빨간 꽃이 꽃잎에 지나면 또 무슨 색으로 필까. 오늘도 여러 색으로 꽃을 피워내야 한다. 이 순간 비쳐오는 꽃들은 오늘 필연 생명 그 자체인 줄이야 그냥 지나치면 될 일. 단, 번득이는 순간만큼은 감사할 따름이다. 

배풍등은 여러해살이며 가짓과다. 실제 가지 꽃처럼 생겼다. 배풍이란 이름은 바람을 물리치는 등나무라고 붙였다고 한다. 줄기는 3미터 줄기로 윗부분이 덩굴로 되어 다른 이들에 기대어 자란다. 7~8월에 꽃이 피며 10월에 열매가 맺어 초겨울까지 달아놓는다. 약간 독성이 있어 오히려 독을 풀어주는 야생화다. 특히 염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간염, 감기, 관절염, 관절통, 신경통, 요도염, 종기, 해열에 좋다고 한다. 가장 열렬한 사랑도 된서리를 맞으면 투명해진다. 겨울 햇살이 통과할 수 있도록 된서리는 독을 풀어 준다. 그래야 가장 깨끗한 빛으로 다시 핀다. 배풍등은 그동안 가장 강렬했던 햇살만 받아들였다. 이젠 투명한 삶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길이다고 한다. 점점 야윈 그들의 눈빛들은 가장 맑은 하늘빛만 담고 있다. 12월은 마음과 마음이 전하는 일이 많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빨간 열매들과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일. 청미래덩굴, 산수유, 호랑나무가시 등은 12월의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느릿한 세상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 맞이해준다. 아스라이 달아놓고 있는 배풍등의 투명한 빛이 내 마음에 닿을 땐 그것이 가장 느린 세상이다.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온전한 마음을 전할 땐 오늘 나의 행복이다. 마음과 닮은 만남은 기다리지 않고선 오지 않는다. 문득 찾아오는 것 같지만 굽이굽이 돌아온다. 가장 느슨하고 부드러운 만남이 오는 순간 번득이는 에너지를 발산하여 지난날의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결과도 된다. 맑은 햇살이 배풍등에서 만난 날에 느린 삶이 베어 있다.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복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편집규약 및 강령 등
59119) 전남 완도군 완도읍 개포리 1244-1번지  |  대표전화 : 061-555-2580  |  팩스 : 061-555-1888
등록번호 : 전남 다 00049  |  발행인 : 김정호  |  편집인 : 김형진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형진
Copyright © 2020 완도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