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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12.20 15:42
  • 수정 2019.12.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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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사건기록도 20년 보존이 원칙(검찰보존사무규칙 8조 1항)입니다. 30년 전 사건인 화성 8차 사건의 원본 기록이 폐기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춘재의 자백을 검증하고, 당시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지금의 경찰이 ‘오산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기록의 사본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언급된 이유로 세 가지 버전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8차 사건의 범인을 검거했다는 이유로 당시 경찰 여러 명이 특진했는데, 특진의 공적서류에 이 사건 수사기록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30년 전에는 '특진'의 근거였지만 지금은 '책임'의 근거입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이런 사정으로 수사기록 중 ‘경찰 수사 기록’은 상당히 많은 양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검찰 수사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어렵게 찾아 낸 기록을 근거로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사실 등을 밝혀냈는데, 검찰이 이 기록을 근거로 당시 경찰수사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 억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찰 수사 기록이 남아 있다면, 당시 수사 검사의 문제점이 부각되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검사가 검찰로 사건이 넘어오기 전부터 경찰 수사를 구체적으로 지휘한 정황이 경찰 수사 기록으로도 충분히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 기록이 없다는 것은, 수사검사의 책임을 묻는 근거의 부족으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경찰이 매우 의미 있는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검사가 사건을 송치 받고 진행한 현장검증 사진입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 모씨의 자백을 의심해야 할 모습이 담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검사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17일 브리핑을 통해 이 사진을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부담이 된다면, 변호인단이 내부 협의를 거쳐 공개를 검토하려고 합니다. 검경간의 대립에 변호인단이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검찰이 공식적으로는 이번 수사가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과 무관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검찰의 이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속내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그런데요. 검찰이 이렇게 개입하게끔 한 원인제공은 경찰이 한 겁니다. 재심절차에서 검사가 당사자인데, 검찰의 자료 제공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의 의견표명을 경찰이 보낸 일부 자료를 근거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한편, 검찰에 보낸 자료가 경찰의 흠을 잡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우려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민감한 국면에서요.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여 국민을 위해 봉사하여야 한다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목표일 겁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이런 ‘협력관계’에 장애가 되는 조항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경찰이 이번 사건 해결과정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윤 모 씨는 지금의 경찰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변호인단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로 인해 경찰이 난처한 상황이 되어 조금 미안합니다.

경찰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는 기록을 지금의 경찰이 어렵게 찾아냈다는 것은, 지금의 경찰이 뭔가를 숨길 의도가 없음을 말해주는 정황입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문제점을 상세히 밝히면 좋겠습니다. ‘이춘재 등에 대한 수사 진행 중’과 ‘윤모 씨의 재심절차 진행 중’은 따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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