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경자년의 해맞이

[완도차밭,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 -95]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1.03 13:30
  • 수정 2020.01.03 13:3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이다! 경은 천간인 십간 중 일곱째로 갑골문에 본래 곡식의 낱알을 털어내는 탈곡기와 막대기를 함께 그린 것이라 한다. 자는 아들, 자식, 남자, 스승 등의 많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지지의 첫 번째로 쓰인다. 갑골문에 자는 아들이나 자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양팔과 머리만이 그려져 있으며, 고대에는 아이나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남자아이를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자는 육십간지 중 37번째 해로, 경의 색은 흰색이므로 하얀 쥐의 해이다. 경과 자는 음양의 특성이 모두 양에 해당한다. 

그리고 흰 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리하고 재빠른 행동과 부지런하고 성실한 성정을 가졌다고 한다. (^^)

언제부턴가 이와 같이 새해가 되면 그 의미를 새겨보면서 서로 덕담을 나누곤 하는 것이 우리 고유의 풍습 중 하나였다. 그리고 1월 1일 새벽엔 새해를 열어내는 대자연의 기운을 맞이하고 새해 서원을 세우고 다짐하기 위하여 해돋이를 보러가곤 하였다. 올해도 역시 이른 아침에 해돋이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차밭에서 약30여분 거리에 있는 정도리. 약30여년전에 스승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소풍 갔던 곳이다. 

당시엔 많은 도반들과 함께 하였었다. 그 과거 어느 날을 회상하고, 또 스스로에게 다짐하기 위하여 새해를 열어내는 해맞이를 나선 것이다. 도반 셋과 가족 셋이다.

어두운 길을 열고 도착한 몽돌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는 정도리 구계등. 기온은 몹시 차가웠지만 바람이 거의 없어 비교적 포근한 편이었다. 여기저기 해맞이 하러 삼삼오오 짝지어 서있다. 아름다운 자갈 구르는 소리와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낭랑하게 내 안을 깨워 열어내 준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검붉은 기운이 수평선 너머 작은 쪽섬 능선위에 부풀어 오르더니, 빼꼼이 내민 빛 조각 하나가 마치 세상을 밝히는 시원처럼 느껴진다. 점점 웅장하게 커지는 것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게 되고, 나아가 온전하게 갖춘 빛덩이의 찬란한 광채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새로이 넘실거리는 바다의 빛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빛 비늘을 가진 작은 용무리의 넘실거림! 

웅장한 대자연의 여여함에 우리네 삶의 생사거래와 경계속에 머문 사사로운 감정의 집착이 한낱 파도의 포말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고, 그 안에 홀로 피어나는 작은 빛줄기 하나가 마중하듯 내달려 깊이 안긴다. 태양과 오롯하게 만나는 영대! 순간 몰록 멈추고 세상사 온갖 시비에 초연하여 그 무엇도 걸림 없이 평화롭고 고요하다. 그 상태의 고요함을 안은 채 돌아와 앉은 찻 자리에서, 문득 청허당 휴정의 시 한 구가 샘솟듯 피어오른다.

바람은 자도 꽃잎은 떨어지고새 소리에 산은 더욱 그윽하다.새벽은 흰 구름과 더불어 밝아오고달은 물속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새해 아침 해맞이를 하였다. 그리고 한 해를 설계하고 그려보았다. 이 시대를 공유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 모든 인연들의 건강과 화목과 평화와 행복과 성공을 기원하고, 소망하는바 모든 일들이 정성의 노력만큼 모두 이루어지시길 간절히 축원하면서.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