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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야 쓰까?

[완도 시론] 정택진 / 소설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1.23 14:54
  • 수정 2020.01.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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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진 / 소설가

눈만 감어불 된다제만, 그거이 어디 쉰 일이드냐. 눈 찌끈 감고 가불믄 된다제마는 그거이 밥 묵드끼 그라고 할 수 있는 일이드냐. 세상에 길이 수없이 많다제만 그 길만치 까러운 것이 어디 있을라디야.

딴 길들이야 가다가 뻗치믄 돌아서 나올 수도 있제마는 이 길이야 한번 가믄 영영이니 안그라것냐. 길굼턱을 돌아 강을 건너는 이 길 말다.

느가부지 가고 나도 이 길 생각 안해본 건 아니니라. 밥 묵다가도, 깅 히츠다가도, 밭 매다가도, 저녁에 일찌거니 잠 들라 하다가도 이 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니라. 어추쿠 하믄 쓰끄나, 어추쿠 가믄 쓰끄나, 어추쿠 하믄 느그들 고생 안시키고 나는 나대로 안 추하게 가지끄나, 하고 날이믄 날마다 생각했니라. 그란다고 자진해서 죽을 수도 없는 일이고, 갈 때까지는 어추쿠 잘 있다 가자 그라고 밥을 묵었느니라. 밥도 맛나서 묵은 거이 아니고 안 묵다가 쓰러지믄 느그들 고생할까비 그라고 묵었니라.

느가부지 아퍼서 병원에 노껐을 때 속으로는 여러 번 가고재피드라마는 느그들 성가슬 것 탁어 참었니라. 혼자 병원에 노꺼서 얼마나 외로울까. 혼자 거그서 뭔 생각을 함시로 있으까. 그래도 나라도 옆에 있어 주믄 좀 안나슬까. 뭔 도움은 안되것제마는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좀 안나슬까. 그런 생각을 했니라.

너가 느가부지 데꼬 낼와 관에 들어갈 때 봄시로 마이 애드러웠니라.
암만 그란다고 그 멀쩡하던 사람이 살따구가 한나도 없이 아조 뻬딱만 남었디냐 안. 아무리 그란다고 어치께 사람이 저라고 되벴으끄나 했니라. 병이라는 것이, 그라고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을 저라고 맹기는가 싶어 잔 무섭기도 하드라. 숨 넘어가는 것이 무선 게 아니라 그라고 되는 게 무섭드란 말다. 그래서 나는 좀 곱게 가고 싶었니라. 그냥 잠자드끼 갔으믄 좋것다 했니라.

그란데 말다 그거이 아니구나. 해필 너 없는 날 골라 내가 자빠질 것이냐. 너라도 있었으믄 그래도 좀 나섯것드라만 혼자 있다 자빠지니 이 일을 어찰 것이냐. 어차피 그 길로 갔으믄 이 고생 안하것다마는 일이 안그랄라고 이라고 되벴구나.

시방도 그란다. 이냥 이대로 숨이 넘어가벴으믄 한다. 그란데 그거이 또 그게 아니구나. 배는 고파도 죽이라도 묵고, 혼자 노꺼 있으믄 무섬탐도 들고, 우리 새끼 잔 왔으믄 쓰것다 싶고, 너라도 얼굴 비치믄 속으로 좋고 그라구나. 느그 애피는 거 모르진 않는다만 사람이 숨이 붙어 있으께 또 할수없는 일이구나. 메칠이 갔는지, 시방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고 노꺼 있다만 그란다고 이 일이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 아니것냐. 이라고 노꺼 있으니 돈은 돈대로 들 것이고, 느그는 느그대로 애필 것이고, 나는 또 나대로 맘이 아프니 이 일을 어채야 쓸 것이냐.

하리에도 수십 번씩 느가부지한테 나 잔 델꼬 가라고 하기는 한다. 더 추한 꼴 안 뵈게 이만침에서 델꼬 가라고 말다. 근디 느가부지도 그라기 싫은가 어찬가 이라고 놔두는구나. 살어 있을 때도 그라든마는 죽어서도 무심하기는 한가지다.

악아, 내가 나기는 났다마는 느그는 느그대로 컸느니라. 긍께 나한테 너머 애쓰지 말거라. 나는 내 밍대로 살다가 밍이 다하믄 가게 될 거다. 그때까지가 일이구나. 내가 나를 맘대로 못하니 이라지도 못하고 저라지도 못하것구나. 내 목숨을 내가  어추쿠 할지를 모르것구나. 그라니 이라고 노꺼갖고 있을밖에 딴 도리를 모르것구나. 살다살다 마지막이 이라고 뻗치구나, 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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