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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의 길목에 핀 양지꽃

[완도의 자생식물] 129. 양지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0.01.29 14:05
  • 수정 2020.01.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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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의 가슴에다 긴 밤을 서렸다가 날이 밝으면 봄볕을 가득 채워 넣었지. 꽃망울 툭툭 터지는 소리에 그윽한 향기는 눈을 감게 되었지. 
봄볕이 우뚝 솟아 오른 곳에서 한참이나 머물다 가는 그리움이 붉은 새순을 만지고 있었지. 봄밤의 비밀이 깨어나 형형색색 새순을 밝힌 봄볕. 그 비밀스러운 봄을 만천하에 알린다 해도 그 비밀은 남는 것. 
이것이 촛불이고 기도였지. 봄볕은 연한 새싹을 만지고 있지만 그 생명은 모질고 길다. 봄볕이 새싹과 만나는 날에 자유가 있었지. 소망하는 모든 것들은 봄볕에 변한다. 진정한 자유는 이렇게 변하지. 
오늘도 그 비밀스러운 것들을 향해서 변하지.

양지꽃은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지만 끝임없이 봄볕과 소통한다. 햇빛이 없는 날에는 꽃잎을 닫는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산화탄소는 안정적이어서 촉매가 없으면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무와 꽃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와 탄소로 변환을 시킨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물질과 생명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정교한 작업이 이루어지며 비밀스러운 행위는 위대한 탄생을 만들고 만다. 그럼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상으로 확대했을 때 그 중간 영역에서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끝임 없이 오고 가면서 조율을 맞춰 봐야 한다. 양지꽃은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어린 양지꽃 잎은 나물로 먹고 꽃을 피우면 먹을 수가 없다. 굵은 뿌리는 그 맛이 알밤처럼 고소하다. 

뿌리는 지혈작용과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양지꽃과 비슷한 뱀딸기꽃이 있다. 차이는 양지꽃은 열매를 맺지 않고 뱀딸기꽃은 빨갛게 연다. 양지꽃은 꽃받침이 꽃잎보다 작고 뱀딸기꽃은 꽃받침이 꽃잎보다 크다. 봄볕은 천천히 걷게 한다. 봄볕과 만남이 있는 곳에 양지꽃이 보일 듯 말 듯 피어 있다. 아무리 작아도 대자연 속에 하나의 존재로서 핀다. 이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자연과 순환이다. 그 자리에서 아무렇게나 행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물질과 대사 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한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이다.

서로의 경계의 영역에서 끝임없이 고민하며 소통이야말로 자기의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다. 이른 봄에 양지바른 곳에서 귀여운 아가가 걸어오고 있다. 투명한 봄볕과 함께 아주 천천히 봄이 온다. 깜박거리는 양지꽃처럼 봄 길은 그렇게 펼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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