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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이야기 스물 둘

배철지의 완도 황칠 스토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1.29 14:52
  • 수정 2020.01.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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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류의 영향을 살피면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적도의 약간 북쪽에서 북동무역풍에 이끌린 북적도 해류가 태평양을 횡단하여 서쪽으로 흐른다. 그것이 필리핀이나 타이완의 먼 바다에서 북쪽으로 굽어서 흐르면서 쿠로시오난류가 된다. 폭은 약 100㎞이고 깊이는 약 3,000m이다. 북쪽으로 구부러진 흐름은 먼저 타이완과 일본의 여러 섬을 지나 동중국해로 돌입한다. 그리고 이 본류는 동중국해를 크게 원을 그리듯이 돌아 북상한다. 제주도 아래에서 두 줄기로 갈라져 한 줄기는 남해안을 지나 동한난류로 흐르고 다른 한 줄기는 중국에서 밀려드는 냉수대의 표면을 덮어 황해난류로 흐르게 된다. 그리고 완도는 바로 그 난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교적 온난하다.
 

▵쿠로시오 해류 흐름도

다른 원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완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맥의 영향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호남금남정맥은 주화산에서 금남정맥과 분기한 호남정맥이 남쪽으로 흐른다. 정맥을 떠난 산맥 하나가 해남의 땅끝을 향해 남으로 달리다 영암에서 높이 809m인 월출산을 이루고 강진에 들어와서는 중조산인 높이 515.3m인 서기산을 세우고 서남쪽으로 덕룡산 주작산이 이어진다. 그 끝에 달마산이 자리하고 땅끝까지 연봉으로 이어지니 이를 중조산맥이라 한다. 그런데 중조산맥이 겨울에 한기를 몰고 오는 북서계절풍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니 완도가 겨울에도 따뜻한 이유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황칠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황칠나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자생지인 산에 가서 유심히 살피면 황칠나무가 있는 곳은 대부분 계곡 쪽에 분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물을 대단히 좋아하는 수종 중의 하나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메마른 곳에서는 자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고 습지식물은 아니기 때문에 습기가 늘 있는 곳에서는 오히려 자라지 못한다.

황칠나무 생육지의 토양에 대한 화학적 특성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기물 함량이 5.7~26.3%로 우리나라 산림 토양 평균 4.5%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전질소함량 0.7~1.4%, pH 4.6~6.2(평균pH 5.3)로 우리나라 산림 토양 평균 pH 5.5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유효 인산은 8.64~17.91%로 우리나라 산림 토양 평균 25.74% 보다 낮았다”고 한다. 이는 황칠나무가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나무라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황칠나무는 소나무처럼 독야청청하지 못하는 식물이다. 소나무는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양수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저홀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무는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는 나무 사이에서 오히려 더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반양반음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래서 이 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에 함께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반짝이는 왁스층 때문에 동백나무처럼 사철 반질거리는 잎을 가진 나무들이다. 그런 나무들로는 동백나무 가시나무 등이 대표적인 수종인데 이런 수종들과 함께 자라는 이유는 사철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도는 예로부터 상록활엽교목이 지천으로 널린 곳이다. 그래서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생달나무 사스레피나무 등과 함께 섞여서 살고 있다. 그러나 섞여서 살기는 하지만 그 자생지의 우점종은 되지 못한다. 우점종은 동백나무나 붉가시나무 등이다. 이로써 알수 있는 것은 황칠나무는 동백나무나 가시나무 생달나무 등이 많이 자라는 곳이 주산지이다. 

완도는 이처럼 황칠나무가 자생하기에 적합한 토양과 온난한 기온 그리고 해풍이라는 요소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가 많은 식생구조 등이 잘 구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완도가 황칠나무의 주산지가 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황칠나무의 종가는 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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