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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향기

[완도의 자생 식물] 132. 솜방망이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0.02.02 18:41
  • 수정 2020.02.0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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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사랑이 산 넘어오면 진달래 보고 산 벚꽃 피면 꽃그늘 앉아 먼 산 바라보고 산벚꽃 지고 나면 연한 연잎에 설운 눈물보고 씀바귀꽃 피면 강둑에 앉아 내 마음 일렁이는 은빛 초록 보고 노란 솜방망이꽃 피면 하늘가에 종종 병아리 눈물 한 방울 보고 작년에 떠난 님 보고 서러워 말고 고개 넘어 올 봄소식 반갑게 맞이하자. 지난 일 때문에 애태우지 말고 언제나 현재를 가장 가깝게 보자. 

세월은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가도 연륜들이 귀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삶은 쓰면서 달다. 빛바랜 사랑도 올 봄에는 가만히 쓰다듬는다. 봄 길은 가난한 마음으로 그대에게 가고 싶은 포근한 길이다.

아기자기한 산새 소리 들으며 길섶에서 피어나는 제비꽃도 아지랑이 곁에서 다시 피게 하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에서 다시 피게 하는 꽃. 솜방망이도 무덤가에서 봄볕을 난생처음 보듯 가슴 두근거리며 피어 있다. 풀피리 부는 봄 언덕에서 가슴을 펴고 하늘을 보는 솜방망이 꽃. 누군가의 연분홍 사랑이 산너머 불어오면 부드러운 살갗으로 다치지 않게 봄 하늘을 살짝 끌어안아 새침데기 솜방망이 노란 꽃. 봄 길을 가는 이들에게 맨발로 피어 불쑥 다가오지 못하고 수줍게 피어 있다.

솜방망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 생풀이다. 잎의 양면에 많은 솜털이 덮여 있어 솜방망이라고 한다. 햇볕이 가득한 곳에서 잘 자란다. 하얀 털이 촘촘히 있고 잎은 바로 뿌리에서 나며 사방으로 퍼진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잔 톱니가 있다. 4~5월에 노란색의 꽃이 3~9개 모여 핀다.

소리도 없이 봄이 익어 갈 무렵 봄 햇살에 피어나는 노란 솜방망이 꽃은 노랑나비 숨소리까지 피어 있다. 노란 씀바귀꽃이 어린 아이들 웃음처럼 명랑하게 있다면 솜방망이는 수줍은 누이처럼 피어 있다. 봄볕 한 묶음 머리 올린 채 눈물겨운 사랑의 이야기를 내보이며 첫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 사랑은 솜방망이꽃에서는 따사로운 봄볕에 깨끗한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마음 깊이 남아 있는 상처 한 잎도 계절의 새로운 노란 솜방이꽃받침에서 꽃이 되고 싶어진다. 노랗게 보리가 익어갈 무렵 이름도 없이 노란 들꽃들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들이 이제 생각하니 솜방망이 꽃이다. 

여리고 순박할 적에는 보이지 않던 들꽃들이 세월이 흘러 죄를 많이 짓고 마음이 굳어질 적에 이런 꽃들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길가에 들꽃들은 나에게 필연적인 존재이다. 지난 세월은 무작정 흘렀으니 당장 닥쳐오는 현재를 유심히 바라보라고. 그게 당연하게 이 자리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들꽃 하나하나 바라보는 일은 현재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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