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름다운 차인 부부의 제다 이야기!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 - 111]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4.30 19:19
  • 수정 2020.04.30 19:2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어느 날 오후, 지역의 차인 한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 조그만 차밭이 있는데, 찻잎이 많이 올라 왔어요. 차를 따서 만들고 싶은데 가져가도 괜찮은지요?” 그래서, “네, 그러세요!” 했더니, 다음날 오후에 오셨다.

작년부터 각종 약용차 만드는 제다반에 참여하셨던 분으로, 제다수업 때마다 차 만드는 재료가 있으면 언제든지 가져와서 만들어도 된다 했더니, 가져 오신 것이다. 집 울타리 한 켠에 50여평 남짓 차밭을 가지고 계신단다.

부부가 오전 내 딴 차를 바구니 속에 담아 오셔선 부끄러운 듯 슬그머니 내 보이신다. 잎들은 제법 컸고, 짐작으로 1kg남짓 되어 보인다 했더니, 실제 재어본 값과 같은 것이다. 적어도 2~3kg 정도라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실망의 눈빛이 역력하였다. 그래도 애써 채다하여 가져오셨으니, 나름 마실만하게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열심히 정성들여 만들게 된 것이다.

먼저 제다법의 전체적인 과정과 기본적인 원리와 방법을 설명하고, 한 과정씩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직접 만들게 하였다.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는 하던일을 하다가 중간에 점검 차 잠시 들렀더니 제법 잘 만들고 있었으며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이윽고 마무리 과정을 마치고 시음하기 위해 차를 가져오셨다. 200g 정도가 만들어졌다. 얼굴은 이미 상기되어 있고 잔뜩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셨다. 얼마나 정성을 다하셨을까!

내 밭에서 옹기종기 자란 찻잎을 부부가 나란히 한 잎 한 잎 따는 모습이 그려지고, 많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손수 차를 만든다는 설레임이 제법 긴장과 기대감을 갖게 했을터라 터질 듯한 맑은 눈망울만 보아도 그 마음이 느껴져 온다. 예전에야 공부로 실습 차 여럿이 함께 만들어본 제다였지만, 이번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스스로 아무런 도움없이 만드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다.

차를 테이블 위에 두고 마시기 전의 잎 상태부터 마시는 전 과정을 품평의 원리와 제다법과의 상관관계를 동시에 설명하면서 시음하였다. 결론은 아주 잘 만들었다. 첫 잔은 아주 부드럽고 연하고 감미롭고 은은하였다. 매우 훌륭한 차다. 처음으로 만든 차였다. 점점 물 온도와 우림 시간 등을 조절하며 마셔보니 역시 그에 맞게 맛이 잘 나왔다. 그리고 만든 그 차를 평소에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을 자상하게 설명해드렸더니, 돌아가는 발걸음이 행복해 보였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도 흐뭇하고 기쁨으로 행복하였다. 왠지 부풀어 오르는 행복감이 이런것인가 하고 새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금요일이면 청해진다원에서는 차 만드는 날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 8시 까지는 꼭 오셔야 한다. 이부부도 이틀후의 그날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가셨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엔 완도문화원에서 차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시간에도 참여 희망을 나타내셨다. 아마도 5월초부터 본 강의가 시작될 것 같다.

이 부부의 제다 체험 소감은 ‘너무 어렵다’, ‘온통 정성이다’, ‘익는 타임을 아는 것이 어렵다’, ‘어느 정도 비벼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만드세요?’ 등등 소회를 표현하셨다. 그래서 한번 만들 때, 최소 10kg에서 20kg 정도는 만들어 봐야 한다.

1년에 한번, 그것도 주관처에서 주는 500g 정도의 찻잎으로 겨우 체험하듯 만드는 차와 제다로는 제다했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1년에 1번, 보성 다향제에서 500g 정도의 제다체험을 5년정도 했다면서 자랑스레 5년정도 차를 만들어왔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실제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을 봐 왔다.

제다는 생명의 에너지를 고도로 증폭시키는 또다른 탄생의 산고를 거치는 과정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자. 간단치 않은 원리의 터득과 혼신을 다한 정성이 필요한 고도의 정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마하고, 또 연구하고 연마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