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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실 차는 내손으로 만들자!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 - 112]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5.08 14:51
  • 수정 2020.05.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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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 전후로 한 5월 초부터는 차 만들기에 너무도 좋은 시기이다. 이 시기에 만든 차는 그 맛과 향이 선명하고 좋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마신다. 그러나 이른 봄철의 심한 기후변화로 종종 그 시기들이 조절되곤 한다.

역시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에서도 차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청심향인 녹차와 여래향인 발효차가 바로 그 차다. 보통 지금 시기엔 청심향(녹차)은 이미 모든 작업을 마치고 여래향(발효차)도 거의 작업이 끝나가는 시기인데, 이른 봄에 긴 저온 현상과 냉해로 말미암아 많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의 특징은 여리고 어린 찻잎들이 고만고만 맹아상태로 있다가 그대로 사그라지거나 잘 견뎌준 싹은 순식간에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춥고 웅크린 상태의 찻잎이 따스해지면서 기지개 켜듯 쑤~욱 빠르게 자라기 때문이다. 실은 짧고 빠르게 보다는 시기적으로 늦게 자라다가 모두 함께 피어나는 상태의 느낌으로 빠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2~3만여 평의 차밭이 동시에 그런다면 그 양이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거기에 차를 따는 손이 부족하여 찻잎의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잠시도 쉬기 어렵다. 이 무렵 차인들도 차 만들고 싶은 마음들로 바쁘다. 멀리서는 서울, 인천, 충주에서 가까이엔 역시 우리 지역의 차인들이 차밭을 찾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차밭이 북적이기도 하다.

이런 기회에 손수 차 만들어 보는 체험을 권해본다.차는 차나무의 새 순인 여린 잎으로 만든다. 그 모양이 마치 참새의 혀처럼 생겼다하여 작설(雀舌)이라 한다. 또는 과거에 창칼활로 전쟁을 했던 시절의 전쟁도구인 창의 창끝처럼 뾰족하게 솟은 어린 찻잎과 깃발처럼 받치고 있는 잎 하나! 일명 일창 일기라고 한다. 이러한 작설의 한 잎 한 잎으로 정성스레 만든다.

이때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은 차가 바로 녹차, 혹은 작설차라 하고, 적당하게 발효시킨 차를 반발효차, 100% 완전하게 발효시킨 차를 바로 홍차라 한다. 그중 가장 근본이자 기본 제다법은 바로 녹차이다. 따라서 녹차 만드는 방법을 덖음차 중심으로 간단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찻잎 따기. 정성스레 한 잎 한 잎 따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다. 둘째, 찻잎 덖기. 덖는 목적은 찻잎속의 수분이 고온의 열과 만나는 과정으로, 찻잎을 100% 익히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찻잎속의 산화효소 작용을 멈추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이때의 온도는 차솥의 재질과 두께, 찻잎의 상태와 양에 따라 다르지만 약 300℃ 내외로 한다.

셋째, 비비기. 고온에서 덖어진 찻잎을 적당하게 식혀서 서로 비벼주는 것이다. 이는 찻잎의 세포막을 파괴시켜 차를 우릴 때 각종 수용성 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하고, 차의 형상이 잘 말아지게 하며, 찻잎 속의 수분을 고르게 하는 과정이다. 넷째, 덖고 비비기. 이 과정부터는 덖어서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건조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아직 찻잎속에 수분이 많이 남아있고, 또한 유효 성분들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기도 하며, 이 때도 역시 찻잎이 뜨겁도록 덖어주고 충분히 비벼주는 것이다. 대부분 서너번을 거치게 된다. 즉 찻잎속의 수분이 더 이상 고온을 견디기 어려운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다섯째, 건조 마무리하기. 솥의 온도를 충분히 낮추어 찻잎을 건조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100℃ 내외가 보통이다. 이때 차 속에 남아있는 차 고유의 맛과 향을 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엄지와 검지손가락 끝으로 잎을 뭉게 듯 비벼서 가루가 될 정도이면 된다. 이와같이 자세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누구나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법은 없다. 지극히 상식적이며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오롯한 정성이 필요할 뿐이다. 누구나 충분히 연습한다면 매우 마시기 좋은 훌륭한 차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회에 내가 마실 차는 내가 손수 만들어 보면 어떨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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