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감사

[에세이] 정경숙 / 완도초등학교 학부모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6.05 11:05
  • 수정 2020.06.05 13:3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인공이 없는 텅빈 무대를 지키는 연출가님이 계십니다.
지난주부터 저희집 셋째(초1학년)넷째(유치원) 개학을 시작으로 6월3일 어제는 둘째 (초3학년) 개학을 했습니다.

모처럼~텅빈 학교가 시끌벅적~해졌습니다!
그간 학교는 조용히 바람빠진 풍선이였다가 어느새 바람빵빵 설레임 빵빵한 알록달록 풍선들로 가득한 행사장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유치원졸업도 혼자하고 1학년 입학식도 못 하고 온라인 개학으로 가정교육을 했습니다.

저희 셋째는 자기가 유치원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학교 한번도 못 가보았으니 1학년 새내기 실감을 못 하는듯 합니다. 새로산 책가방을 몇 달 만에  꺼내어 준비물에 교과서를 가득넣고 개학 전날부터 메어 보았습니다.

"엄마 가방이 엄청 무거워요~"
"형아~ 나도 메볼께!"
"안돼~ 넌 유치원생  이잖아!"
"그래도 너는 낼 학교가니 좋겠다!"

다음주 개학인 아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아이들 대화속에서 웃음이 뭉게뭉게 엮어 커다란 기대감이라는 꽃다발이 완성됐습니다. 개학날, 교문앞 플래카드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반갑게 아주십니다.

"어서와~ 반가워~ 보고싶었어~" 마음이 뭉클 했습니다.

묘한 감격의 순간처럼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들은 다 표현 못 해도  마스크를 쓴 얼굴에선 활짝 웃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발열체크를 하는데 어리둥절하는  초등 새내기  모습이 뒤뚱뒤뚱 아기오리 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엄마 아빠 손잡고 첫 등교하는 아이들. 선생님 안내에 무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따르는 그모습들이 왜 이렇게 귀엽고  마냥 이뻐보이는걸까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주인 찾은 책상이며 의자들도 좋아하는 듯 합니다.

"엄마 갈께~ 이따 집에서 보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군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인  제가 더 묘한 설렘에 아이보다 더 들떴습니다.  아이에게 손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학교 안   텃밭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본 감동스러운 이야기하나를 할까 합니다.  5월초 재능기부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게됐습니다. 선생님 한 분이 학교 안 텃밭을 가꾸고 계셨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더우신데  고생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우리아이들 올 때까지 잘 키워야지요!" 텃밭에 물을 주시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제 개학이 될지 모르고 자꾸 개학 연기가 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마음이 ...코끝이 찡~찡~해졌습니다.  텅빈학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시는 선생님들의 마음,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개학, 학교엔 아이들도 없는데 열심히 텃밭을 가꾸시는 선생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5월27일 초1셋째 개학때 준비물, 교과서 짐이 많고 첫 등교라 교실앞까지 데려다 주고 나오다 보니 어머나! 세상에나 아이들 없는 학교에서 울 아이들을 기다리는 선생님들의 사랑과 노력으로 텃밭의 푸르름은 더욱더 싱그러워보였습니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하고 선생님들이 계셔야하고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가득 해야합니다. 텅 빈 운동장에 찍히는 수많은 아이들 발자국들이 오늘은 웃음도장 같습니다.
이제야 학교가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인데 그간 많이 미루어졌네요.
지극한 일상속에 감사를 느낍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학부모님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 고생많았습니다. (토닥토닥)
그리고 또다른 영웅 의료진 덕분입니다.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에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