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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6.26 10:55
  • 수정 2020.06.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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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세다.
간디가 영국 유학할 때 이야기다. 식민지 청년이란 이유로 그를 업신여기는 영국인 교수가 있었다. 어느 날 학교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그 교수가 말했다.
“돼지와 새는 한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네.”
간디가 답했다.
“그럼 제가 다른 자리로 날아가겠습니다.”
앙심을 품은 교수가 수업시간에 간디에게 질문했다.
“지혜와 돈 보따리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나?” 
“저는 돈 보따리를 택하겠습니다.”
“어찌 배우는 학생이 그럴 수 있나. 역시 식민지 청년은 다르구먼. 나라면 지혜 보따리를 챙길 텐데…”
간디가 답했다.
“네,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걸 취하는 법이지요.”
시험기간, 교수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간디 답안지에 ‘idiot(멍청이)!’라고 썼다.
이를 받아든 간디가 교수에게 물었다.
“제 답안지엔 점수가 없고, 교수님 서명만 돼 있는데, 무슨 일이죠?”

나(강원국 교수)도 웃긴다는 소리 좀 듣는데, 절망감을 느낀다. 즉흥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사실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런데 간디의 이 말이 그런 의심을 풀어준다. “나의 오랜 투쟁을 견딜 수 있게 해준 힘은 유머에서 나왔다.”

유머를 잘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웃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웃기고자 해야 웃길 수 있다. 스스로 망가지고 유치하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가 필요하다.

둘째, 유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 재밌는 말을 하면 기억해두고, 책에서 읽은 유머를 메모해두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용감해야 한다. 뻔뻔함이 필요하다. 뻔뻔하면 펀펀(fun fun)하다 하지 않는가. 유치하고 썰렁하면 어떤가. 웃기지 않는다고 욕할 사람은 없다. 

유머는 유머일 뿐이다. 그냥 던져보는 거다. 웃어줄 때까지 시도하는 거다.

유머 구사에도 단계가 있는 듯하다.

첫 단계는 책이나 온라인에서 보거나, 남에게 들은 유머를 전하는 수준이다. 
그것을 전하기 위해 기억해뒀다는 노력은 가상하나 유머러스하다는 소리를 듣진 못한다. 

두 번째는 의도적으로 유머를 준비하는 단계다. 
밥 먹으로 갈 때나 회의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던질 유머를 미리 마련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만나 얘기하는 경우에 음식이나 술에 관한 유머를 준비하는 식이다. 

나는 확실히 두 번째 단계라 볼 수 있다. 늘 준비하며 혼자 웃는 일이 많다. 
우리말은 특히 높임말이 발달했다. 높임말을 쓰다 보면 말을 가려서 하게 된다. 
나 보다 더 웃긴 박상규 기자가 높임말로 글을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도 오늘부터 반말로 써야겠다. 웃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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