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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고상한 '교황선출식' 의회 의장단 선거

[사설] 완도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과 선출방식 문제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7.10 10:26
  • 수정 2020.07.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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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의회는 7월 3일 임시회를 열고 제8대 완도군의회 후반기 의장 허궁희 의원, 부의장 박재선 의원, 의회 운영위원장 이범성 의원, 행정자치위원장 김양훈 의원, 산업건설위원장 김재홍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당초 완도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은 9명 의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8명으로 과반 이상이라 민주당 내부 사전논의를 통해 추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전반기 원 구성시 초선 의원이 7명이라 유일한 3선 의원인 조인호 의원(민주당)이 전반기 의장을 맡고 그 다음 유일한 재선 의원인 박인철 의원(민주당)이 후반기 의장을 맡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막상 후반기 원 구성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깨고 같은 민주당 소속 허궁희 전반기 부의장과 박인철 의원의 경선으로 치러진 꼴이 됐다. 투표 결과 허궁희 의원 5표, 박인철 의원 4표로 허궁희 전반기 부의장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부의장 선거 결과도 사실상 경선이었다. 총 9명의 의원 중 최정욱 의원(무소속)이 기권한 가운데 박재선 의원이 5표, 김양훈 의원이 3표를 받아 박재선 의원이 후반기 부의장으로 당선됐다. 

결과를 놓고 차기 군수 선거 전초전이 아니냐는 얘기도 호사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마당인데, 이번 후반기 원 구성은 사실상 5명이 의원이 한편을 먹고 투표가 치러졌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완도군의회뿐만 아니라 각 광역·기초의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인물이 어떤 포부와 의지를 갖고 기초의회를 이끌어 갈지 궁금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가 후보감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용어는 무척이나 고상해 보이지만 물밑 합종연횡을 통해 감투 나눠 먹기를 하는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단을 뽑기 때문이다.
애초 도입 취지는 좋았다. 교황을 선출하듯 이전투구나 과열 경쟁 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방(광역·기초)의회 부활 약 30여년이 지나면서 '교황 선출'이라는 허울만 남았을뿐 누가 출마하는지, 자질은 제대로 갖췄는지, 지역주민들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 의원들, 그것도 다수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정리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등 감투 나눠 갖기를 위한 '합종연횡'이 이뤄진다. 뒤늦게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교황 선출 방식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차원의 제도를 운용할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기초의원들이 욕심만 과도하게 냈다는 비판과 함께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낸 교황 선출 방식의 의장단 선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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