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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완도 시론]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7.24 10:30
  • 수정 2020.07.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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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마 너도”

향미를 죽이고 우리 동백이까지 죽이려 했던 까불이. 드라마 속에서 ‘혐오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는가? 

동백꽃 필 무렵 39회를 다시 본다. 
“잔돈은 됐어요.”
손님에게 잔돈 500원을 건네려던 까불이의 손. 돈을 쥐고 있는 그 손이 지저분해 보이고 상처가 있다. 손님은 불결하게 느끼는 듯 잔돈을 거부한다. 

“뭐요? 돈 드렸잖아.”
집수리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는 까불이. 집주인은 까불이가 밟고 간 문 앞 방바닥을 걸레로 닦고 있다. 손으로 걸레를 쥔 게 아니라 발로 걸레를 밀면서. 까불이는 이런 집주인을 쳐다봤고, 집주인은 왜 쳐다보냐고 묻는다. 

“저 아저씨가 뭘 알겠냐”
가게 앞에서 철사를 묶고 있는 까불이를 보고 아이가 한 말이다. 
“아, 짜증나. 똥파리만 꼬이나 몰라. 아니 철물절 흥식이가 무슨 말이냐고.”

화단의 풀을 정리하고 있던 까불이(흥식) 옆을 여성 두 명이 지나가며 한 말이다. 까불이를 보지 못한 듯하다. 
업신여기고, 깔보고,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고,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드라마 속에서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인 까불이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적개심의 원인을 조금은 보게 된다. 살인마 탄생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고민케 한다.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고, 군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요구불만의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하여,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었음”

경찰의 이춘재의 심리 특성 및 초기 범행 분석결과다. 이춘재와 같은 연쇄살인마의 탄생을 막기 위해 우리는 뭘 해야 하나?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가 이춘재를 만나면 작은 해답이라도 끌어낼 수 있으려나.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동백이와 용식이 등 드라마 속 선한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보게 된다. 
한편, 까불이가 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막는 기적, 까불이의 범행 원인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또 다른 까불이를 막는 기적도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한 희망’이 아닐까 싶다.

잔혹한 범죄 피해자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혐오만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한계가 있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이춘재의 자백 동기는 이렇다. 

“프로파일러들과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예전 저의 어렸을 때부터 성장과정, 고등학교를 떨어진 얘기, 저의 막내가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었던 이야기도 하면서 오후 4시간 동안 내내 저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저에 대해 위로도 해주어 저의 마음이 돌아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 이춘재에게도 어루만질 마음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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