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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책(2) - 다신전과 다부!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 - 125]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8.21 17:36
  • 수정 2020.08.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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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나라 차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의 차 책인 <다신전>과 <동다송>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 두 책이 갖는 큰 의미는 오랜 차의 역사와 차 관련 일체의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하였다는데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차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역사적으로 보면 당의 육우가 쓴 <다경>은 차에 있어 시작과도 같다. 물론 전에도 이미 있었겠지만, 차의 역사적 원류를 문헌들과 전해오는 이야기속에서 찾아 정리하고, 당시의 현실적 사실에 기인하여 매우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지금까지도 온전하게 남아 전해져 오기 때문에, 당시 그 한권의 무게는 새로운 차의 시대를 천명하고 또 새로운 차 문화를 열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다신전>은 차의 고전적 측면에서는 차에 대한 마무리 정리라 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새로 열어내는 마치 태동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다경>과 <다신전>의 내용만 비교해 보아도 유사하지만 같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차가 가진 속성과 차의 문화적 특성들이 변천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또한 차의 정신문화적 특성을 담아내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와 정리는 매우 독특한 시대 조류를 만들어 왔음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초의선사의 그런면에 기인하여 차의 정신문화적 특성에 초점을 두고 현대사회 속에서 차문화의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또는 시대정신을 차문화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단언컨대 “한국 현대의 차문화는 ‘초의’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하는 것이다. 소통, 융합, 창조라는 키워드가 바로 그것이며, 이는 향후 차계의 새로운 과제로써 다양한 콘텐츠로 표현되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비전으로 나투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두 권의 책이 우리나라의 차에 관한 첫 기록, 즉 첫 번째의 차 서적이 아님도 알아두자. 이 보다 훨씬 전, 성리학의 도학정신과 절의정신을 실천하는데 굽힘이 없던 젊은 유학자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 조선 성종)이 쓴 『다부』는 초의 선사의 『다신전(茶神傳)』보다 340여 년이나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차(茶) 노래이다. 그 특징은 차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은 기본적으로 알려진 차 고전들을 인용하였으나 이를 바탕으로 차가 가진 특성들을 차의 칠수(七修), 오공(五功), 육덕(六德) 등으로 나누어 노래하고 자신의 차 정신을 피력한 부분은 완전한 창작적 저술이라는데 있다. 

다만 필자가 느낀 아쉬움은 28세의 젊은 성리학도의 안목으로, 보다 깊은 도학적 견지의 아쉬운 표현들이다. 즉 길지 않은 원문과 자기 안으로 조금은 덜 다듬어진 표현에 대해 약간의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칠수에서는 차를 통해 깊어지는 과정에 대한 표현이 조금은 세련되지 않고 거칠어 정제미가 떨어지고, 순서 역시 조금은 정리가 덜 된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유가의 학자적 견지에서 정리한 논리 전개와 선가의 직관적 시각의 면밀함의 차이로 보여 진다. 그러나 한재 전후의 그 어떤 차인도 차와 정신문화적 측면을 이 같은 표현과 시도가 없었다는 점에 있어선 그 무엇보다 매우 의미 깊은 일이며, 젊은 학자의 혈기 높은 기개로 학자적 시도를 제법 높이 사는 바이다.

오늘날의 차문화도 차가 가진 물질적 가치, 재화, 형태가 차가 가진 본연의 특성과 차의 정신문화적 측면과 온전하게 융합되지 못한데서 오는 다양한 분야의 현실적 오류가 빗어내는 현실이 큰 아쉬움으로 남기 때문일까!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부족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여유롭고 넉넉한, 그러면서도 소통과 융합으로 조화를 꾀하는 나아가 시대 사상과 시대 정신으로 거듭나는 선인들의 차 서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하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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