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옛날 고생 생각하믄... 이만한 행복 없제라”

[차 한잔의 인터뷰] 전통시장(구.5일장)에서 국밥집 운영하는 황숙순(74세)씨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10.30 14:45
  • 수정 2020.11.02 14:2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여년 전에 리아까에 연탄불 실코 댕김시로 닭발이랑 전어 꿔가꼬 팜시로 음식장사를 시작했당께.  묵고 살라고 했제.  이거 하기전에는 돈 되는 일이라믄 닥치는대로 했지라. 그때만해도 푸세식 변소간이였제라. 똥지게도 날르고, 목욕탕 청소도 함시롱 딸내미 넷을 모두 다 4년제 대학교에 보냈제라”

완도읍 전통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황숙순 씨한테 그동안 살아온 인생 얘기를 물었더니 뚝물 터지듯 옛날 고생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황 씨의 인생은 옛날도, 지금도 자식이 그 자체였다. 

“내가 못 배웠응께 자슥들 만큼은 잘 갤키고 싶었지라.  즈그 아빠는 막둥이가 뱃속에 있을 때 지 혼자 잘먹고 잘 살겠다고 도시로 훨훨 날라갔어라. 그랑께 홀로 네 아이를 키워야한디 어쨋것소? 사는 것이 어째 그라고 팍팍하든가... 워메 뭔 놈의 팔자가 이라고 박복할까 신세한탄 함시로 암도 몰래 많이 울었제라. 살다봉께 독해 집디다.  자슥들 위해서라고 지믄 안된다는 생각이든께 악바리가 됩디다야.  그래도 우리 새끼들 있어가꼬 버틸 수 있었제라.” 

그 자식 중에도 막내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단다. 
“17년전엔가 위암 수술을 받았어라.  의사 선생님이 가장 하고자픈 일이 뭐냐고 물어봅디다. 더도 말고 5년만 더 살게 해주라고 빌었어라.  우리 막둥이 대학졸업 날 때까지만 살게 해주라고라.  막둥이만 생각하믄 시방도 눈물이 나요야.  딸내미 넷 모두 금쪽같은 새끼들인디 막둥이 그 놈이 징하게 아픈 손가락이여라.  막둥이가 세 살 묵었을 때 교통사고가 나갔꼬 해남병원에 입원해 시켰는디 목욕탕 청소를 해야한께 그 어린것 혼자 눕혀두고 일하러 댕겼어라. 

묵고 살아야한께 어짤 수 없었제라. 가난한 부모한테서 태어나가꼬 고생만 원없이 한거 같아서 새끼들 고생 안시킬라고 악착같이 일을 했어라. 그때 같이 있어줬어야 한디...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여진당께요.” 

그간 살아온 날을 이야기하자니 가슴이 미어오는지 그녀는 지긋히 눈을 감았다 뜬다.
“인자 그만 물어보쏘. 옛날 생각하믄 눈물밖에 안나요야.” 

지금은 어떠냐는 물음에는 “지금이라? 지금은 최고로 행복하제라. 딸래미들 모두 다 시집 잘 가서 잘 살고 있고, 내가 말이요 금쪽같은 손지가 열둘이나 되요. 더 이상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겄소? 지금이라고 일하고 있는 것도 행복이제라.  고생이라 생각해본적 없어라.  자슥들은 장사 그만하라고 한디  멀리서 잊지않고 오는 손님들도 있고, 혼자서 몸 움직일 수 있을 때 까지, 내를 찾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까지 일 할라요야.”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