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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으로 만난 남편, 과묵하고 부끄럼 많이 타”

[차 한잔의 인터뷰] 국경 넘어 완도 시집 온 완도 대만인 1호 34세 박해선(뢰상문)씨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0.11.06 10:15
  • 수정 2020.11.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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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채팅으로 만난 남편 따라 국경을 넘어 완도로 시집 온 완도 대만인 1호 34세 박해선(뢰상문 : 대만이름) 씨.

운명적인 사랑이란 이런 걸까? 사랑 앞에서는 문화적 차이도 국경도 그녀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3년 당시 27살에 6개월간 한국어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대만으로 돌아갔지만,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써 배운 한국어를 잊어 버릴까 SNS를 시작한 그녀. 그렇게 시작한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라면 쉽게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처음부터 얘기가 잘 통했어요. 비록 사이버 세상 속에서 였지만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다정한 느낌이 들었어요. 한번 만나보고 싶더라구요” 그렇게 매일 하루 한시간씩 채팅을 하며 두달 정도 흘렀을 때 그녀는 여행을 핑계 삼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남자는 다 로맨티스트 아니던가요? 한국 드라마 보면 남자주인공들이 모두 로맨티스트 잖아요”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는 과묵하며 부끄러움을 많이 탔단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순박해 보이고 맘에 들었다고.

“그때 남편은 경기도 화성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2016년 10월 서울 신촌에서 처음 만난 후 대만으로 돌아가 매일같이 카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매일 대화를 나누면서도 무슨 할말이 그리 많았는지 몰라요. 지금 생각해보면 시시콜콜한 얘기들이였는데 말이죠”

카톡을 나누면서 미래를 약속했고, 그렇게 첫 만남 후 4개월이 지난 이듬해 2월 구정 때 지금의 시부모님께 결혼허락을 받기 위해 완도로 내려왔다. 국제결혼이어서 반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외려 “아들 구제해줘서 고맙다”고 시부모님은 반겨주셨단다.

이렇게 완도의 한국-대만 부부는 같은해 3개월이 지난 5월에 남편이 대만으로 와서 친정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곧바로 7월에 대만서 먼저 결혼식을 올린 후 10월에 완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완도 내려온지는 3년됐어요. 결혼하고 1년반 정도 화성에서 살았거든요. 결혼하고 완도에서 살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태어나 30년을 넘게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생활하자니 모든게 처음이고 낯설어 결혼 초반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14개월 된 아들 육아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고 했다.

다문화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같은 처지의 다문화 이웃들도 만나고 어린이집에 다문화이해교육도 다니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는 그녀는 ‘뢰상문’이라는 대만식 이름보다는 한국 이름 ‘박해선’으로 불러 달라했다. 그녀는 대만이름에서 한국이름으로 바꾸면서 진정한 한국사람, 완도사람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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