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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단풍[에세이-고향생각] 최정주 / 재경 향우
완도신문 | 승인 2020.11.20 11:39

올, 가을이  제법 뻔뻔하다.   
가까이 기억되는 몇 해 전,후에 기억되는것들을 소환해 보면 가을 단풍 놀이나 구경이라도 가야겠다 마음 먹노라면 항상, 그때쯤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그리고 짖궂은 바람까지도 훼방꾼으로 자리한 것이 그것이다.

훅 떨어져버린 낙엽이, 가을 산 허리를 덮어놓고,말라버린 앙상한 모습으로만 남았었다. "이런! 올해는 단풍 구경도 못가네. 낙엽이 다 떨어졌구만. 언제 그런거야. 내년에는 제대로 한번 가야지...." 자연스럽게, 다음 해로 미루는 일상사의 단면들이 가을을 늘, 시건방지게 만들어 놓았었다.       

올해 가을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왔다가, 깊은 잔영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한 여름의 태풍과 많은 비로 인한 피해을 남기더니 가을이 시작되면서는 가을 가뭄이 짙은 단풍을 작품으로 남겨 놓았다. 도심을 벗어난 지방의 산자락과 들녘엔 형형색깔의 단풍이 사람을 시인으로  혹은 서정적인 감성의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마력을 뽐내고 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가을 산을 오르고자연을 만끽하는 이들 중에는 여자들이 숫자적으로는 더 많아 보이고 감탄사의 찬양어는 가히 여자들의 가을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익숙치 않는 코로나19의 우울하고 긴 터널의 고충이 1년여가 다 되가는 올한해의 가을은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가을 가뭄과 강한 바람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만들어진  자연의 완결판 작품이 올가을 단풍이다.  그래, 생경한 한해로 기억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년 사계도 그렇거니와 한 계절이 주는 자연의 선물도 이런 저런 이유와 사연으로 보내기가 다반사. 한 개인의 삶과 역사 속에서는 없어져 가는 것들이기에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것 아닐까 싶다.

유한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숙명이 어쩌면 좋은 것과 맛있는 것  그리고 충족된 삶을 갈구하게 만드는 조급하게 혹은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근원이 되는 것일 거다. 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한가지는 놓아야 되는 자연의 법칙일 수도 있겠다. 가을이 주는 단풍의 아름다움도 삶의 일부이고 그것을 누려야할 권리가 분명 주어졌음에도 인간 스스로 갖지 않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신은 불공평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삶의 목표나 방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때 특히나 그런 경우가 있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가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공평한 것이 많은지 모른다. 남이 갖고 있지 않는 자신만의 재주가 그렇고, 능력이 그렇고, 부모와 자식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그렇다. 하물며 누구나 예외없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는 신이 준 선물이 아닌가. 그것은 자신이 챙기는 것이고 보고,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가을의 단풍은 보고, 즐겨야 하고, 감탄사를 내야 하는 자신만의 몫이라는 것으로 천착되는 것이다.

세상은 항상 오늘만 그리고, 지금만 존재한다. 지나간 어제는, 오늘이라는 세계가 있었기에 과거로 정리되지만 내일이 오지 않는 오늘은, 지금이 없는 것 결국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내일을 기약하는 바람보다는 당장의 지금을 누리고 삶을 충족하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인간의 자세가 되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을이 아름답다. 바삐만 산다고해서 다 얻어지는것도 아니다. 눈, 코 뜰새없이 산다고 생명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볼것 보지 않고 들을 것,  입을 것, 먹을 것 놓고 산다고 늙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젊어 지는 것도 아니다. 오늘을 제대로 살아보는 것 어쩌면 인간의 목표와 결과는 오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연인지도 모른다. 잠깐의 쉼 호흡이 다음 일을 무난하고 쉽게 하듯이 오늘 하루 올해의 가을 단풍도 꼭 보고 느껴야하는 권리요, 의무일수도 있는 것이다. 

농촌, 어촌이라고 단풍 구경,단풍 놀이가 가벼울 수가 없다. 오히려 도시인들보다도 더 여유롭게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감탄사를 내보는 거다. 얼마나, 아름다운곳인가...

잠깐의 새참 시간에도, 앞에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라도 바라보고, 둘러보는 여유로움이 곧, 삶의 방식이고 목표여야 한다. 흔치 않는 올가을의 뻔뻔한단풍을 지긋이 봐주는 삶의 여유는 자신이 갖는 것이지 누가 주지 않는다. 

아침해가 떠오를때부터 관광은 시작된다. 신은,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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