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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좌리 커피농장을 강릉 커피거리처럼”

[차 한잔의 인터뷰] 커피와 사랑에 빠진 ‘커피나무 느림' 김원삼 대표

  • 강미경 기자 thatha74@naver.com
  • 입력 2020.11.20 11:46
  • 수정 2020.11.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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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깨끗한 쑥을 캐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땅을 알아봤는데 지역신문에 200평 땅이 나온걸 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계약하려고 알아보니 200평이 아니라 1,200평이었어요. 신문에 ‘1’자가 누락되서 게시가 됐다 하더라고요. 땅은 맘에들고 200평만 안되겠냐고 하니 절대 안된다고 해서 1,200평을 모두 사버렸어요.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운명이란 게 이런걸까? 소소하게 아내와 쑥이나 캐고 주말농장 정도의 조그만 땅을 갖고 싶었는데 대책도 없이 덜컥 1200평이라는 큰 땅의 주인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김 대표는 커피를 좋아했다. 예전엔 원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외지로 나가서 로스터리까페 찾아다니며 커피콩을 사다가 집에서 커피를 볶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서 가마솥에 볶기 시작했다.

“신선한 원두는 정말 그 맛이 다르더라구요. 지금까지 내가 뭘 마시고 있던 걸까? 싶을 정도였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계도 구입하고 로스팅을 하기 시작하며 로스팅 세계에 빠져 들었죠”

사람이 뭔가에 미치면 달라진다고 했던가. 그길로 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커피전문가가 되기 위해 광주로 커피공부를 하러 다니기 시작한 그. 

“한번 무언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오직 커피에만 매달렸어요. 10년 전 처음 베란다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일반 고추하우스에서 키워보기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죠. 커피종자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씨앗하나에 500원씩 했는데, 500개 구입해도 발아율이 낮아 500개 중에 겨우 20주 만 발아될 정도였죠. 그때 발아 시킨 커피나무가 현재 5주정도 살아있어요.” 

커피나무는 환경이 안 맞으면 크질 못한다. 4년 전부터 100평 규모에 보온시설을 갖춘 하우스에 커피나무를 키우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600평정도 더 늘릴 생각이다. 

“한국에서 커피나무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지도 몰라요. 현지에 비해서 환경도 안 좋고 환경을 맞추자니 기회비용이 많이 드는것도 사실이구요. 국내에도 커피농장을 하는 곳들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체험 위주로 되어있어요. 국내산 원두는 맛이 안 난다, 품질이 안좋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국내산도 어떻게 재배 하느냐에 따라서 개성도 다르고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거든요.” 

커피에 미친 남자, 그의 꿈은 뭘까.

“커피는 문화예요. 문화를 버리고 커피만 좋아질 수 없어요. 지금의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장소대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커피농장이 있는 지금의 마을을 강릉의 커피거리처럼 커피 애호가들이 찾을 수 있는, 커피문화가 살아있는 커피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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