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완도에서의 귀촌, 행복한 고민"

[에세이] 김우배 / 시인(kwba33님의 블로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12.11 11:02
  • 수정 2020.12.14 08:3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어나 자라 온 것이 고향이요. 학교도 직장도 고향에서 지냈으니 고향을 떠나 살아 본건 군대 3년이  전부다. 남들은 직장 땜에 타항살이 하다가도 은퇴 후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 해 왔다. 은퇴 후의 삶을 고향을 떠나 살게 된다면 어디서 살까 늘 생각해왔는데 그 대상이 바다가 있는 따뜻한 남쪽 나라였다. 가장 큰 이유는 추위를 많이 타고 환절기 비염 알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지인에 의해 전라남도 완도에서 한달 살아 보기란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에 응모하여 이번에 일주일을 오게 된 것이다. 10 여년전 쯤 여행 길에 완도를 다녀가긴 했어도 일주일간 머무르면서 구석구석 천천히 살피며 둘러보니 완도는 매력적인 도시란걸 알게 되었다.제일 먼저 남도 특유의 사투리에 정감을 느꼈다. 경관 또한 어머니 품 같이 따뜻해 보였고 어디서고 바다가 펼쳐져 있어 좋았다.

바다는 호수와도 같이 잔잔한 모습이였다. 사방이 온통 녹색이어서 늘 눈이 피로 했는데 여기에 온지 며칠 만에 그 증상이 싹 없어졌다. 50 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가까이 있으니 이 또한 완도 만의 자랑꺼리라 할 수 있겠다.

완도 전체가 관광지라 할 정도로 구석구석 많기도 했지만  관리도 잘 되어 있었다.

이제껏 다녀 본 여느 관광지 보다 더 청결하고 특색있게 꾸며져 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 그중 청산도는 정말 시간만 되면 찾고 싶은 곳이다. 그 고장이 내세운 심벌처럼 쉬고 싶은 곳,느리게 걷고 싶은 곳이다. 지금 이대로 청정한 자연 경관을 오래도록 보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밖에 보길도에 있는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는 혼탁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많은 교훈과 삶의 이정표를 제시 해주는 역사의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기도 했다.

청해진의 장보고 기념관은 실추되어 가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충분했다. 
1200 여년전의 일이건만 그 기상과 기백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용기와 지혜를 일깨우는 산 교육장 이었다. 신지명시십리 백사장의 모래는 참말 고왔다. 맨발로 한참을 걸었는데 모래의 촉감이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다른 곳과 달리 울음 명(鳴)자를 왜 썼는지를 알 것 같았다. 모래 울음 소리가 십리밖까지 간다니 이 얼마나 시적인가. 나도 그 자리에서 졸시 한 수를 건지는 행운을 얻었다.

- 신지명사십리-

끝은 새로운 시작
하늘 끝에서  바다는 길을 내주었다
허물어진 경계의 벽에서
그림으로 펼쳐진
고운 모래벌
가슴 속
숨겨둔 파도 
 모래 울음 십리에 걸쳐
그 소리 바람향기로 빛이 되었다
아 이사람아
이제는 굳게 다문 입술 열어 
노래하시게
신지명사십리 
멀고 먼길 
발 저리도륵 걸어 걸어
함께하니 
나 지치지 않겠네

노화도에서 맛 본 전복 물회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과 함께 버무러져 맛있고 푸짐했다.  
이제껏 먹어 본 전복 물회 중 최고의 맛으로 기억되리라.

완도읍 시내에 있는 오일시장 구경도 쏠쏠했다. 

10일 되는 날이 장날이었는데 나이드신 할머니와 아낙들이 시골서 농사진걸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전을 벌여놓은 풍경 또한 예전의 정겨운 시골장을 보는 듯 했다.

완도읍 해변공원을 걷다보니 나도 청춘이 된 기분이었다. 도시에서 바다를 보며 산책 할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이 곳에 사는 분들이 무척 부러울뿐이다.

밤엔 완도 타워에서 레이져쇼와 해변공윈에선 분수쑈가 어우러진다니 이른 저녁 해먹고 나가 볼 생각이다. 여기서 일주일간 있으면서 가본 곳을 다 소개는 못했지만, 또한 어줍잖은 글솜씨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다 전하지 못했지만,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권하고 싶다. 어서 오셔셔  직접 보고 느껴 보시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가슴 떨릴 때 여행은 떠나라고 다리 떨릴 때면, 그땐 이미 늦은거라고.

그나저나 고향에 가게 되면 완도에서의 귀촌을 심각하게 아니 행복한 고민을 해 볼 생각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