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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하게 우보호시(牛步虎視) 마음으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1.15 11:26
  • 수정 2021.01.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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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이다. 60 간지의 38번째, 신은 하얀색을 의미하므로 신비하고 상서로움의 ‘흰 소의 해’가 된다고 풀이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소는 8천년 전부터 인류가 사육해 왔으며, 우리나라는 2천년 전 무렵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소는 생태학적으로 발굽이 4개인 유제류로 생후 18~20개월까지 성장하며, 최대수명은 약 20년 정도이다. 4개의 위를 가졌고, 먹이를 되새김하는 동물이다. 되새김은 육식동물의 습격에 대비하여 단시간에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 습성에서 비롯되었다.

농경이 주된 생업이었던 전통사회에서 소는 ‘살아있는 식구’로 대접받을 정도로 소중하였다. 또한 신성한 영물로 여겨 부족국가였던 부여에서는 소를 잡아 희생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발굽을 불에 태워 틈새가 붙어 있으면 좋은 징조로, 벌어지면 좋지 않은 징조로 점을 쳤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소는 농사의 긴요한 존재였기 때문에 삼국과 고려시대에는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소의 도축을 금지하는 정책이 강력히 시행되었다. 일반 백성들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소의 사육이 늘어나고 재래시장의 등장으로 유통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소고기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소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보니 관련된 속담이 많다.

대체로 ‘크다, 귀중하다, 우직하다’는 속성을 띄고 있다. 몇 가지 속담을 찾아보면,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은 소의 큼직한 활동 반경을 의미한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어떤 일은 열이 올랐을 때 과감하게 추진하라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우보만리’란 사자성어는 소 걸음이 만리를 걸어간다는 느긋함과 끈기를 말한다. ‘우보호시’는 소 걸음과 호랑이 눈으로, 꾸준히 걷되 사물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함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신축년, 새해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역습으로 불안과 혼란으로 시작했다. 연말연시에 있는 종무식과 시무식 행사를 자제해야 하거나, 취소되었다. 오죽했으면 ‘경자년 빨리가고, 신축년 빨리 오라’는 말들이 무성했을까 싶다.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방역에 성공하여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평온한 일상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정말이지 하루빨리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여 어서 오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흰 소의 해를 신박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신박한 삶은 새롭고 놀랍게 사는 것이다. 늘 맞이하는 시간들은 새로운 시간이었고, 오늘 일어나는 일도 처음이었다.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면 항상 역사는 진전한 것만이 아니었다. 바이러스는 거의 주기적으로 인간을 습격하고, 수많은 아픔과 죽음을 거쳐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 바이러스 역습에 현명한 사피엔스 인간은 그에 대한 대비와 적응을 잘해왔다. 그러니 이 코로나 역습에 대한 대응과 대비는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혼란과 불안의 시기에는 ‘우보호시’하는 자세와 태도를 갖는 것이다. 새해에 마음을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질기게 가자. 어차피 삶이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창의융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맞는 마음과 태도를 갖추는 것, 예리하고 끈질지게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려고 다짐하자. 신박하게, 우보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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