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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

완도시론 / 박준영 법무법인 '새봄'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1.29 13:50
  • 수정 2021.01.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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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가진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러면서도 자꾸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왜 다른 사람에게도 늘 솔직함을 강요하고 마는 걸까. 안 해도 될 말까지 꺼내며 나의 무해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할까. 그동안 나는 솔직함을 무기로 사용해온 것은 아닐까. 나는 이렇게 솔직해요. 그러니까 당신도 솔직해지세요. 거짓말하지 말아주세요. 부디 상처 주지 마세요...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진심을 상대에게 퍼부으면서 나의 결백함, 무해함, 연약함을 드러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상대방도 나와 같기를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때론 솔직함도 잔인할 수 있다. 정직이 최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수치심, 분노, 두려움, 고통을 부르는 솔직함은 참된 ‘솔직함’이 아니다.” <수치심 권하는 사회, 브레네 브라운>
세상 경험 잘한 시간으로 흘려보내고 싶은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의 1년이,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옵니다. 곤혹스럽습니다. 한때는 민감한 일이 벌어졌던 시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참 비겁합니다. 세상 일 다 그렇듯이 인과관계를 딱 잘라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 잘못 아니다’라고 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그래서 조금 힘든 게 사실입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이걸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내 잘못, 부족, 부끄러움을 더 담아봐야지 그리고 대척점에 서 있긴 하지만 그 사람들의 ‘선의’가 부정되거나 왜곡되지는 않게 해야지. 이 ‘건강한 솔직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거창한 목표를 감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제 능력 때문에, 언제 정리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리가 잘 될지도 의문입니다. 공권적 조사 기구 활동 중 겪은 일이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고려할 지점이 참 많습니다.

정리 중임을 밝히는 이유는, 잘 알 만한 사람들의 사건 왜곡 시도를 바라보는 저의 불편함이 들어 있습니다. 자극적인 동영상을 앞세워 하는 말과 행동. 그러나 그 이면의 사실들... 오늘 삼례 나라슈퍼 사건 국가배상 선고가 있습니다. 검사가 2000년 당시 진범들을 풀어줄 때 이 사건이 다시 문제되리라 생각 못했겠지요. 그런데 다 드러났습니다. 자신이 풀어준 진범이 세상 밖으로 나와 고백까지 했습니다. 결국 다 밝혀집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본질인 ‘별장 동영상’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적인 접근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것만 보이게끔 만든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동안 ‘건강한 솔직함’을 위한 정리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요.
“여린 성품을 이겨내고 사람들 앞에서 고운 목소리를 들려준 이 가수처럼,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든 이 음악처럼, 나는 나의 오늘을, 아름답게 살았는가.” <신혜림의 음악을 듣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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