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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정 같았던 첫차

에세이/ 이지윤 시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1.29 13:53
  • 수정 2021.01.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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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그리움의 화살이 
붉은심장을 꿰뚫었지요!
기억하나요? 우리 사랑을...
하얀 첫눈, 오는 날에
그대의 붉은화살이 
날아오던 날에
하늘에선 하얀 첫눈이 
내려 와 우릴 축복하였지요
                               하얀 첫눈이 내리는 날에
                              나, 그대를 향한 
                              그리움의 화살을 당깁니다

처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첫눈, 첫사랑 같다.
그런데 나에겐 첫차가 첫정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데, 자가 운전자의 대열에 머리를 들이민 때가 내 나이 마흔 무렵이었다. 장농면허를 자랑스레 꺼내든 겉멋 든 여인이었지만, 사실은 기계가 무서운 기계치에 쫄보의 심장을 장착한 자동차의 문외한이었다. 

도로주행 연수를 받으면 몸무게가 1키로 씩 줄었던 그 긴장감은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다. 아파트 주차장 기둥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여 지나가던 주민이 구출해주었던 웃지못할 흑역사도 있다. 처음의 경험들은 과연 지금의 나를 겸손하게 하였는가 모를 일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그런 내가 처음 소울을 선택했을 때 구두짝 같은 차체의 모양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자동차에 목숨을 담보로 맡기면서 기능보다 먼저 겉모습에 끌리다니 ‘철이 한참 없었구나’싶다.

직장 출퇴근과 장보기를 할 때,남편 의사를 타진하지 않아도 되던 자유로움이 무척이나 좋았었다. 
두 아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등하교를 함께 하며, 식사를 하거나 울기도 했고, 때로 싸우기까지 하였으니 별꼴을 다 보여준 셈이다.

십여 년을 의지했었지만 차를 오늘 새 주인에게 보내게 되었다.
중고차 앱을 두어 개 깔고 스마트하게 경매에 참여하신 딜러중 한 분과 매매를 성사하며 딸아이는 새로운 경험에 사이사이 재밌다며 몸을 춤추듯 흔들어댔다. 그러나 나는 마냥 섭섭하였다.
머물렀던 자리에 영혼이 남겨졌을 것만 같았고 사물이지만 그도 내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함께 했던 그 많은 시간이 고맙기도, 안타깝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동네 한바퀴를 주행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향 진한 커피를 사서 마시며, 차안에 여운을 남겨보았다. 잠시 후, 지난 시간의 흔적들로 군데군데 파이고 긁힌 채 차는 떠났다. 새해의 햇살은 마음이 춥지 않도록 생각이 어둡지 않도록 그를 비추는 사랑의 약속이 되어줄 것이다. 그 무지개 넘어 새로운 인연을 만나 흠잡을데 없이 방방곡곡을 누렸으면 한다. 

그는 나랑 도심에서 막혀지냈으므로 다음 주인이 바람처럼 자유롭게 전국을 누볐으면 싶다. 달라진 몸매에 이름표를 바꿔 달면 죽었다 깨도 나는 몰라 볼 것이다. 
하루가 저물어도 사실 특별할 것도 없지만, 오늘 또 어디서는 슬픔의 언덕을 지나 기쁨의 바다로 첨벙 해가 졌으리. 어쩌겠어 자연의 법도는 이토록 확고한 것을...

안전운행 하거라! 꽃 피는 봄도 멀지않았을테니 얼지 말고 맘껏 달리자! 나의 첫 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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