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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외면만 비추지만 글은 내면을 비춰줍니다”

차 한잔의 인터뷰/완도를 담은 서체 ‘청해진체’를 만든 목하(木夏) 정지원 선생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2.26 10:28
  • 수정 2021.02.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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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가죽재킷에 멋스러운 스카프와 군살이라곤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올 곧은 체격은 80세의 나이라곤 전혀 믿겨지지 않은 멋스러움과 아우라를 뿜어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서예를 접하곤 서예의 매력에 빠져 팔십평생을 붓글씨 쓰기에 전념하고도 남은 여생도 붓글씨 쓰기에 바치겠다는 정지원 선생은 서예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거울은 외면만 비춰주지만 글은  내면을 비춰줍니다. 예를들어 선심(善心)을 쓸때면 ‘나는 착한 마음을 가졌는가.’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서예란 마음을 닦는 도구이며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해서 서예를 공부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이 줄었지만, 사람은 본디 선한 마음을 갖고 태어났기에  사람답게 살고자 사람으로서 살아야 될 선한마음으로 언젠가는 돌아가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서예만한 것이 없기에 내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목하 선생의 작업실엔 그동안 수상한 상장과 표창장이 즐비했다. 목하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8회 입·특선, 2007년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로 인증받은 서예가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서예전의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전남대학 평생 교육원 서예 강사로 35년간 1000여명이 넘는 문하생을 배출하며 완도 서예발전을 이끌고 있다. 목하 정지원 선생은 2017년 10월 광주비엔날레에 완도의 이미지를 담은 청해진체를 선보이기도 했다.

“청해진체는 완도를 의미하는 ‘청해(靑海)에서 해서를 의미하는 진(眞)이 붙어 완성된 글씨체로 근엄한 구양순체를 기본으로 갈매기의 날개짓을 연상시키는 활달하고 강인한 저수량 서체, 어머니 품같은 우세남의 서체, 포용과 여유로운 안진경의 해서를 두루 적용한 것이 특징이예요” 완도 고유의 서체로 완도의 서예인들에게 지역의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도 목하선생의 글을 배우기 위해 찾는 제자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목하선생의 작업실엔 서예 뿐 아니라 그림들도 빼곡했다. 

손수 그렸다는 그림도 수준급이다. 작업실 입구엔 고호의 자화상처럼 목하선생의 자화상이 작업실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마치 쉬지말고 작품활동에 정진 하라고 자신에게 채찍질 하듯이....
여수가 고향인 목하선생은 89년 조용히 작품 활동하러 완도에 왔다가 완도군과 신지면민들도 외면하고 있었던 조선 4대 명필 중 한 분으로 뽑히는 원교 이광사 적거지를  97년8월5일 처음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목하선생의 노력이 빛을 발해 완도군은 지난해부터 신지 원교 이광사 문화거리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목하선생이 (사)원교 이광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시대 젊은사람들에게 전해줄 글이 없냐고 묻자, 목하선생은 착할 선(善)을 건낸다. “착하다는 것은 ’좀 더 크고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행위‘입니다. 인간의 근본 바탕은 선이며 생명 본연의 가치인 선(善)을 추구해야 합니다”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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