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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가락의 밥이 기적이 될 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3.05 11:34
  • 수정 2021.03.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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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인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고은님의 시다.

밥으로 저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는 시인의 시어가 가슴에서 별빛처럼 빛나는데....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도와주기 쉽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사전적 의미인데, 나는 이 단어 속 지닌 뜻을 좋아한다.
현재 근무처는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내놓는 밥으로, 한 사람의 양식을 만들어 도와주는 곳에서 일한다.


간혹 자선기관의 부조리 소식에, 하던 기부도 중단해버리고 마치 모든 기관이 그러한 것처럼 의심하는 눈빛들에 종종 상처를 받는다.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런가하면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좀 내놔야지.” 하며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지역상품권을 손수 가져오신 팔순 어르신, 다른 기관에 후원을 하다가 ‘우리 지역부터 도와야겠다’며 시작해주시는 분, 적은 금액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매달 용돈처럼 조금씩 후원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다.
정말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끔 기부는 얼마부터 해야 되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기부는 최소 금액도 최대 금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생활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넉넉한 마음이 기부의 시발점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적은 금액이라고 스스로 꺼리고 있다면 그냥 시작해보자. 
최근 우리지역 출신의 젊은이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시기가 당겨지기를 간곡히 바란다.


‘내 한 숟가락의 밥이 한 공기의 따뜻한 밥이 된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멀리 가려면 사막을 지나고 짐승을 피해야 하는데, 길동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완도는 완도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성된 조합이다. 강을 건너야 할 때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건너야 그 공동체가 강을 건넌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건널 수 있다고 해서 혼자 건너면 그것은 혼자 건넌 것이지 완도 전체가 건넌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말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1등선만을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에 불과하지 않을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생각건대, 지금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말은 없을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멀리 갈 수 없다. 언젠가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는 것이 정답같다.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그리고 외로움을 넘어서 우울감이 더해지는 코로나블루 시대를 겪는 우리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고 함께 힘을 모아 혼자서는 맞서기 힘든 도전들을 극복해가는 다양한 건강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계속 말하고 싶다.

 

강윤욱/완도군 행복복지재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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